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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최영효 시조시인 작품방 등록일 2016.07.15 21:32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2091

=======================차 례 ==============================

개살구/ 연탄/ 오늘은 금요일/ 귀농일기/ 누구 없소/ 달은 지다/ 고등어/ 산딸기/

선인장/ 붉은 청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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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살구

 

 

 

잎 먼저 꽃이 피는 칠삭둥이 개살구야

 

피어봤자 눈시울 젖지 익어봤자 개꿈만 꾸지

 

쓰다 만 이력서 뒤에 발목 부은 여름만 가지

 

 

연탄

 

 

누구든 내 앞에서 소신공양을 말하지 마라

이 몸 안과 밖이 시커멓게 생겨 먹어도

법명은 구공탄 2호

육십년 청춘이다

 

옥봉동 오르막길 그 육십을 오르내리며

전쟁과 혁명을 묻고

진보와 보수를 거쳐

아랫목 절절 끓여서 핏덩이도 키웠다

 

외풍이 들며 나며 윗목에서 자고 가던

바람은 알고 있느냐, 비운의 이 통사를

힘없는 오줌발 보면

울음이 탄다 울음난 다 탄다

 

 

오늘은 금요일

 

 

돌솥밥 간장게장 아구찜 삼결살도

목을 삐죽 내밀다가 서로 눈 마주치다가

한숨만 푹푹 쉬다가 졸다가 시어터지다가

 

규제는 다 풀리고 바닥을 쳤다는데

돈이란 적혈구라서 그게 붉어야 산다는데

오늘은 금요일인데 비는 왜 구시렁대나

 

가마솥 설렁탕은 씨펄씨펄 혼자 끓다

저 혼자 열 받다가 벌컥벌컥 넘치다가

소주만 병나발 불며 울컥울컥 우는 밤

 

 

귀농일기

 

 

고구마 순이 뻗어 불알이 탱탱 여물고

알 하나 태어나서 암탉이 되기까지

하늘은 보름달을 보내 여섯 번의 점고를 한다

 

유정란 한 꾸러미 이천 원을 손에 쥐고

미쳤지, 내가 미쳤어, 명치에 붓는 막걸리

그래도 땅심만 믿고 비탈마다 심는 내일

 

한밤중 횟대 위에 수탉놈 신방을 차려

칠거지악 불문율을 경으로 가르칠 때

하품을 한 입 베어 물고 영농일지를 적는다

 

 

누구 없소

 

 

버럭질

땅 밑에서

단말마로 외치는 소리

 

거기 누구 없소

여기 사람이 있소

 

희망을 버리는 것이

희망이 된

하루

 

 

달은 지다

 

 

빗돌에 새긴다고 다 청사는 아니리

 

보리는 오늘도 자라 황산벌에 푸르러도

 

패검에 푸른 녹 슬면 자루부터 썩는 것

 

울어라 수막새 한 점 소리 내어 울어라

 

계백은 쓰러져도 그 피는 땅에 스미어

 

아직도 흙이 못 되어 두 눈 뜨고 있었느냐

 

 

고등어

 

 

대안동 새벽시장 단두대에 올랐다

댕겅, 목을 쳐다오 소금을 뿌려다오

한때는 등푸른 꿈이 동해를 출렁였지

 

얼마냐 묻지 마라 주인 없는 몸이다

퍼렇게 눈을 떠도 반 토막 난 세상에

혓바닥 다 헤진 놈이 무슨 이름을 값하겠나

 

어차피 한물간 몸 값이면 떨릴까 몰라

참고 또 참아온 한기 참을 수밖에 없는

죽음은 살고 싶은 것, 버티어 살아남는것

 

 

산딸기

 

 

아무도

손 안 탄 거

니한테만 줄라꼬

 

니보다

더 붉은 거

니한테만 보일라꼬

 

그 붉던

그적 거짓말

 

아직도 붉은 거짓말

 

 

선인장

 

 

창문과 빛과 바람이 차단된 어둠에

 

저 먼 길 더 먼 고향

잊기 위해 잊지 못해

 

돌아갈 길을 막았다

모루뼈도 걸어 감갔다

 

한 평 반 지하쪽방엔

외로움도 누울 수 없다

 

끝까지 끝은 아직 보이지 않고

 

온몸에 가시를 세워

관념의 살을 뺀다

 

컵라면 삼각김밤

내생의 반려자들과

 

한 모금 남은 벌로 목숨을 떠받치고

 

잊어라

노여워마라

죽음도 마중하라

 

 

붉은 청바지

 

 

흐리고 우울한 날엔 청바지를 입어라

낡아도 질긴 근성 청춘보다 더 푸르러

손을 호주머니에 푹, 찌르니 참 붉다

 

너 헤진 자국마다 상처가 스쳐가고

불꽃이 밤을 태워 하얗게 새벽이 와도

슬픔은 아름다웠다 고뇌도 희망이었다

 

가난과 이별과 실패의 마른 눈물

아플 것 하나도 없다 아직도 붉은 청춘 너

옹이는 오래 굳어야 맨발로도 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