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례========================
심포리 기찻길 / 주목 앞에서/ 모래울음을 찾아 / 로또교과서 / 네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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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포리 기찻길
기찻길 아스라이
한 굽이씩 돌 때마다
아카시아 꽃내음이
그날처럼 향기롭다
아버지
뒷모습 같은
휘굽이친 고향 철길
돌이끼 곱게 깔아
손톱 끝에 물들이고
새로 깔린 자갈밭을
좋아라, 뛰어가면
지금도
내 이름 부르며
아버지가 서 계실까
주목 앞에서
살아서 이루고픈 꿈이 무엇이길래
이미 죽은 가지끝이 뭐라고 말을 한다
그 말을 받아쓰느라 바람결이 움찔하다
내 생의 발자국에 우기가 지나간다
사막을 건너느라 부르튼 시간의 발
죽어도 여기 보란 듯, 그 맨발을 내보인다
모래울음을 찾아
돈황 명사산鳴沙山에
모여 사는 바람이 있다
잔양 殘陽이 능선위로
저미듯 스며들 때
발자국 남기지 않는
길목을 따라 간다
애랫녘은 푹푹 빠져
발목이 다 잠겨도
바람들이 다져놓은
언덕으로 오를수록
단단한 울음의 뼈가
문양으로 드러난다
로또교과서
천원의 무지개를 나도 한 번 좇아볼까
힘들고 지친 날들 단번에 떨치리라
일주일 기다림 속엔 애드벌른 떠다닌다
요리조리 피해가는 나만의 행운숫자
바람 빠진 풍선으로 뚝 떨어진 휴지조각
꿈은 늘 꿈으로 끝나 어제 같은 오늘이다
발꿈치 번쩍 들고 출근길에 사는 복권
누구라도 대박나라 일조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잊어버리자, 내 직분에 충실하자
네 생각
술 취한
아지랑이
빗살의
군무속에
십호흡도
다 못 끝낸
봄산이
엎어진다
나무 끝
걸터앉아서
배시시
웃는 낮달
<정형시학 2016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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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1985년 시조문학 지상잭일장 장원등단, 시조집 <백악기 붉은 기침>, <영동선의 긴 봄날>,
한국여성시조문학회 회장 역임, 강동문협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