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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김덕남 시조시인 작품방 등록일 2016.06.08 11:46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2372

===========================차 례=============================

냉이 /  라면 먹는 남자 / 양파 생각 / 공 / 겨울비 / 꾀꼬리 / 빨래판 / 복숭아 탐하다 /

바람개비 / 귀뚜라미 / 거울 /

==============================================================

냉이

 

혀 같은 새순 나와

 

톱니가 되기까지

 

한 생을 엎드린 채

 

푸른 별을 동경 했다

 

서릿발

 

밀어올리는

 

조선의 저 무명치마 

 

 

라면 먹는 남자

 

새벽별 보는 사내 인력시장 찾는다

막노동 삼십년에 이력이 날만한데

늘어난 이자만큼이나 졸아든 어깻죽지

 

팍팍한 건설 현장 새파란 감독앞에

헛딛지 않으려고 버팅기는 두 다리로

댕초를 화끈하게 푼

콧물까지 들이켠다

 

알바를 끝낸 자정 꼬불꼬불 끓인 속을

맵짠 생 후후불며 희망 몇 올 건지려다

면발에 구르는 눈물 고명으로 얹는다

 

 

양파 생각

 

함부로 벗기지 마라, 최루성 속내린다

 

동심원 펴져가듯 그리움에 닿기 위해

 

한겨울 땅속에서도 달달한 향 지켰으니

 

 

화농을 도려낸 날[刀]하나 내게 없고

 

성냥불 확 댕겨 타오를 눈빛도 없어

 

살 속에 살을 감추어 매운 눈물 담았으니

 

 

공 

 

지하철 계단에서 동그랗게 몸을 말고

 

동전을 기다리는 두 손이 얼어 있다

 

치솟는 빌딩에 가려 빛을 본 지 오래인듯

 

하이힐 찍는 소리 서둘러 멀어진다

 

단속반 툭 건드리자 통째로 구르는

 

오늘을 그리는 촉수 화석으로 멎는다 

 

 

겨울비

 

부르르 몸을 떠는 노숙의 젖은 어깨

온천천 벤치에서 밀린 기도 하고 있다

한사코 매달리는 천식 뿌리치지 못하고

 

가솔도 아랫목도 묻어둔 가슴 한 켠

숭숭뜷린 구멍마다 파고드는 숨비소리

시치미 딱 떼고 가는 애완견의 옷이 곱다

 

갈 길 놓친 왜가리의 구불텅한 목덜미

지루한 목숨 하나 버짐처럼 붙어있다

외발로 버티는 하루 빌딩 숲이 기운다

 

 

꾀꼬리 

 

호륵 호륵

호로리요우

 

숲속의 초록 방언

 

분수가 솟구치듯

실로폰을 딛고 간다

 

온 산이

가슴을 푸는

 

탱탱한

 

오월 한낮

 

 

빨래판

 

브라와 청바지가 뒤엉켜 돌아간다

젖은 숫자 눌러놓고 하프를 켜는 여자

금간 손 엇박을 치며 빨래판을 긁는다

 

절은 때 씻는 하루 비벼대는 요철 속을

부르튼 물집들이 시나브로 터지는 밤

오그린 발칫잠에도 꿈속 길을 달린다

 

갸르릉 밭은 소리 리듬을 타다보면

헐거운 솔기 사이 얼핏 뵈는 푸른 하늘

옥탑방 바지랑대 세워

맑은 햇살 당긴다

 

 

복숭아 탐하다

 

 

제 멋대로 자라나도 때 되면 연지 찍는다

엉덩이와 엉덩이가 춘화를 그리는데

노린재 더듬어간다

발칙한 더듬이

 

도화살 뻩쳤는가 단내 폴폴 풍겨댄다

풋고추 약으로는 칠월 땡볕 열기 속

풍뎅이 헉헉거린다

속살을 파고든다

 

 

바람개비

 

 

바람을 마주하는

그것은 숙명이다

 

모두 앚아있어도

일어나 가야하는

 

연어의

시간을 보라

 

모천 찾아

 

떠나는

 

 

귀뚜라미

 

 

울음낭 터트리고

 

나 대신 누가 우는가

 

가을을 끌어안고

 

밤새워 누가 우는가

 

그믐달

 

새벽이슬 밟으며

 

한 사람을 보낸다

 

 

거울

 

 

좌우가 바뀐 채로

거울 속서 누가 본다

 

똑바로 보려거든 그대를 뒤집어라

 

한 번쯤 뒤집고 보면 가는 길이 보이리

 

영문글자 자리 바꿔

달려오는 앰불런스

 

앞차의 백미러엔 생명길 뜷고 있다

 

꽉 막힌 내 안을 본다

거울 하나 찾는다

 

 

 

김덕남

경북 경주 출생, 공무원문예대전 시조 입상, 2010년 부산시조 신인상 수상, 시조집 젖꽃판 

 

 

 

 

김덕남 (2016.06.16 18:34)
어머, 선생님, 제 방을 만들어주셨군요. 집세도 안냈는데 이 일을 어쩌죠?
앞으로 시조창작 활동 열심히 하여 그 은혜에 보답하겠습니다. 꾸뻑 삭제
시조나라 (2016.06.17 10:05)
계속해서 아름다운 방을 꾸미도록 하겠습니다.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