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례============================
애기 은어 잔발 뛰는/청산도 봄/은행잎 발라드/콩나물 일기/12월 별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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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 은어 잔발 뛰는
탐진강 따라간다, 애기 은어 잔발 뛰는
섬 그늘 징검돌 놓아 쪽물 푼 정남진에
관 쓰고, 천관天冠을 쓰고 은비늘을 떨친 순간
녹슨 칼날 짤랑이며 신명나게 검무를 추는
차르르 춤사위에 낮달 저리 흥이 돋아
둥기 둥, 술대를 들고 거문고 줄 고르는가
비워낸 마음 안쪽 소리들이 쌓여간다
허방 같은 가슴께를 밟고 가는 발자국들
죄 뜯긴 앞섶 여민다, 주워 담는 음률 하나
청산도 봄
이팝꽃 멀리 앓는 물비늘 이는 수면
툭, 툭, 툭,
숭어 무리
흑건 연주하는가,
까르르
저 능선 자락
왈츠 스텝 밟고 간다.
올망졸망 돌담 따라
울금 빛
봄이 졸고
구들장논
청밀 이삭
진양조로 흔들린다.
햇살은
병아리 솜털
옆구리에 눕는 고향.
은행잎 발라드
후드득 찬 빗줄기 왈츠를 연주한다
유채꽃 불든 나비 하안거 들었다가
발 끊긴 늦가을 연못에
꿈결엔 듯 투신한다
은행나무 환해진다, 수만 개 날갯짓에
가슴
가슴 확 가르며 휘몰아드는 소슬바람
화르르 춤사위 겨워
가로수도 헐떡인다
타다 만 빈자리에 홀로 나목 떨고 있고
등 너머 건물 벽에 헝클어진 오방색 음표
눈 찡긋!
귀갓길 잡는 늙은 저녁 흔들린다
콩나물 일기
하지 무렵 짧은 고요 어둠에 잠겨 든다
별꽃 뜬 어둑새벽 그믐달과 살을 섞고
쟁쟁한 징 소리 내며 두 손 밀어 올린다
노굿이 날개 접고 지어가는 고치 속에
갇혔다 튕겨진 몸, 바람에 여위어가고
이제는 못 삭힌 열망 갈증으로 남는다
눈물로 녹여낼까? 꺼내어 든 물음표
외발로 등 기대고 소통의 문을 연다,
화들짝 개나리 피어 또 한 생이 열리고.
번잡한 영등포역 문 헐거운 국밥집에서
인력시장 줄 선 사내 빈속을 달래주는
그렇게 열반에 든다, 누추한 시대 성자처럼......
12월 별자리
종소리 붉게 운다,
굽은 등 감싸면서
멀리 뵈던
그 별자리
언 땅에 내려앉고
댕그랑!
시린 가슴에 베이스로 감겨든다.
조민희 시인
전남 영광 출생. 201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콩나물 일기」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