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말
  • 시조나라 작품방
시조감상실
  • 현대시조 감상
  • 고시조 감상
  • 동시조 감상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신춘문예/문학상
  • 신춘문예
  • 중앙시조백일장
제주시조방
  • 시조를 읽는 아침의 창
시조공부방
  • 시조평론
휴게실
  • 공지사항
  • 시조평론
  • 시조평론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조민희 시조시인 작품방 등록일 2016.05.04 21:48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2321

=========================차 례============================

애기 은어 잔발 뛰는/청산도 봄/은행잎 발라드/콩나물 일기/12월 별자리/

=============================================================



애기 은어 잔발 뛰는 

 

 

탐진강 따라간다, 애기 은어 잔발 뛰는

 

섬 그늘 징검돌 놓아 쪽물 푼 정남진에

 

관 쓰고, 천관天冠을 쓰고 은비늘을 떨친 순간

 

녹슨 칼날 짤랑이며 신명나게 검무를 추는

 

차르르 춤사위에 낮달 저리 흥이 돋아

 

둥기 둥, 술대를 들고 거문고 줄 고르는가

 

비워낸 마음 안쪽 소리들이 쌓여간다

 

허방 같은 가슴께를 밟고 가는 발자국들

 

죄 뜯긴 앞섶 여민다, 주워 담는 음률 하나

 

 

 

 

청산도 봄

 

 

이팝꽃 멀리 앓는 물비늘 이는 수면

툭, 툭, 툭,

숭어 무리

흑건 연주하는가,

 

까르르

저 능선 자락

왈츠 스텝 밟고 간다.

 

올망졸망 돌담 따라

울금 빛

봄이 졸고

 

구들장논

청밀 이삭

진양조로 흔들린다.

 

햇살은

병아리 솜털

 

옆구리에 눕는 고향.

 

 

 

은행잎 발라드

 

 

 

후드득 찬 빗줄기 왈츠를 연주한다

 

유채꽃 불든 나비 하안거 들었다가

 

발 끊긴 늦가을 연못에

꿈결엔 듯 투신한다

 

은행나무 환해진다, 수만 개 날갯짓에

 

가슴

가슴 확 가르며 휘몰아드는 소슬바람

 

화르르 춤사위 겨워

가로수도 헐떡인다

 

타다 만 빈자리에 홀로 나목 떨고 있고

등 너머 건물 벽에 헝클어진 오방색 음표

 

눈 찡긋!

 

귀갓길 잡는 늙은 저녁 흔들린다

 

 

 

콩나물 일기

 

 

하지 무렵 짧은 고요 어둠에 잠겨 든다

별꽃 뜬 어둑새벽 그믐달과 살을 섞고

쟁쟁한 징 소리 내며 두 손 밀어 올린다

 

노굿이 날개 접고 지어가는 고치 속에

갇혔다 튕겨진 몸, 바람에 여위어가고

이제는 못 삭힌 열망 갈증으로 남는다

 

눈물로 녹여낼까? 꺼내어 든 물음표

외발로 등 기대고 소통의 문을 연다,

화들짝 개나리 피어 또 한 생이 열리고.

 

번잡한 영등포역 문 헐거운 국밥집에서

인력시장 줄 선 사내 빈속을 달래주는

그렇게 열반에 든다, 누추한 시대 성자처럼......

 

 

 

 

12월 별자리

 

 

종소리 붉게 운다,

굽은 등 감싸면서

 

멀리 뵈던

그 별자리

언 땅에 내려앉고

 

댕그랑!

시린 가슴에 베이스로 감겨든다.

 

 

 

 

 

조민희 시인

전남 영광 출생. 201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콩나물 일기」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