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말
  • 시조나라 작품방
시조감상실
  • 현대시조 감상
  • 고시조 감상
  • 동시조 감상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신춘문예/문학상
  • 신춘문예
  • 중앙시조백일장
제주시조방
  • 시조를 읽는 아침의 창
시조공부방
  • 시조평론
휴게실
  • 공지사항
  • 시조평론
  • 시조평론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남승열 시조시인 작품방 등록일 2016.02.06 21:37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2173

=========================<차  례>===============================

돌꽃/ 각시붕어/ 윤이상의 바다 1/ 갈대 1/ 갈대 2/ 꽃만 보면/ 연호정, 그 기억 속으로/ 산사에서/ 겨울밤 서정/ 석양/ 무척산 풍경/   

====================================================================

돌꽃

 

찔레순 손목 꺽은 5월이 똑똑 지면 

꽃받침만 남겨두고 소녀는 가고 없어

세월은 불임을 안고 비바람에 쓸려라.

 

눈물강 깊은 곳에 시리도록 푸른 결정結晶 

그 눈빛 되살아와 돌꽃을 새기는고

비바람 몰아칠수록 무늿결이 선명한.

 

 

각시붕어

 

반 지하 봉제공장

새각시들 빙 둘러앉아

 

도톰한 입술로 요리콤 조리콤

실밥을 딴다

밥을 딴다

 

온종일 맹물만 긇여도

하루해가 무겁다.

 

 

윤이상의 바다 1

 

뱃길을 돌리라네 고향이 지척인데

바다조차 발이 묶여 실핏줄 터진 저녁하늘

누이가 흰옷 누이가 저기 울며 섰는데

 

나비야 나비야 풀피리소리 들리느냐

오광대패 어개춤 덩실 짚고 넘는 토성고개

동무들 따라 나섰던 누렁이 울음도 들리느냐

 

시시비비 밀고밀던 팔매질도 쓸리어 나간

목청 쉰 앞 바다엔 동백꽃 뚝뚝진다

소매 깃 하양게 접으며 가슴을 치는 파도여.

 

힘줄이 굵은 바람 밤배 한 척 끌며 온다

소리 띠 풀어놓고 환타지를 쓰고 있다

모래톱 울리던 첼로, 바다가 되어 누었나

 

 

갈대 1

 

보기엔 흔들려도

절제된 멋이 있어

 

어지간한 바람쯤은

상대도 안해주고

 

스스로 몸을 비키어

긴 겨울을 이긴다.

 

위로가기

 

 

갈대 2

 

 

늦가을 강 언덕에 희끗한 사내 하나

등짐을 부려놓고 하늘마당 쓸고 있다

맨살에 붐비는 햇살, 속엣말 죄다 바치고 있다.

 

길 잃은 어린 낮별 무동도 태우면서

꽁지 긴 물새 사연 빗살무늬로 등으면서

행간을 조금씩 넓히며 젖은 발을 말리고 있다.

 

꽃만 보면

 

니는 슬프다고 했제 언젠가 져야 하기에

홍이는 바라만 본다고 하더니 지 먼저 가고 없다

아직도 나는 혓바닥으로 물음표만 삼키고,

 

니는 내 안보고 싶제 나는 니 억수로 보고 싶은데

고노모 꽃만 보면 지랄같이 지랄같이

범어사 쇠종 소리로 어둠을 깍는 니가 증말.

 

 

연호정, 그 기억 속으로

 

내가 흐려져서 세상이 더 흐린 날

가만히 눈을 감고 난간에 기대서면

연잎을 꺾어 쓰고서 뛰어오는 아이들.

 

이빨만 하얗게 여름 끝을 다 태워도

연밥처럼 딴딴하게 희망이 여물었지

한없이 찌를 바라보며 기다림도 배웠지.

 

시장바닥 한평생에 욕 한 줌 묻히지 않으신

아, 저기 내 어머니 꽃잎을 열고 걸어 오시네

스스로 맑지 않고선 알 수 없는 향기로--- 

 

 

산사에서

 

<저녁창>

 

부채살 파랑이며 까치가족 둥지 찾는

오불고불 산길 아래 감빛창이 따사로워

반듯한 당신의 이마, 저녁상을 차리실까.

 

<산물소리>

 

먼 산 외따로이 야위어만 가는 당신

뒤척이다가 잠 못 이뤄 뜨락에 내려서면

적막한 달빛만 두고 산을 안는 산물소리.

 

겨울밤 서정

 

실안개 되감으며

명상에 잠긴 솔숲을 지나

능선길 저 억새밭

변죽만 올리는데

 

겨울산

꼭지점에서

쏟아지는 함박눈

 

석양

 

산마루 걸터앉은 불그레한 봉분 하나

온화한 눈빛으로 시린 세상 쓰다듬으면

돌아선 사람들조차 옷깃 다시 여민다.

 

산머리 빼어나서 폭포마다 유창해도

눈시울 적시면서 마른 가슴 지펴줄까

우리들 마지막 뒷모습 추하지는 말아야지.

 

무척산 풍경

 

낮달이 아스라이 중천中天에 반눈 뜨고

쪽빛하는 빼다박은 발아래 강줄기는

먼 여행 파김치 되어 꾸물꾸물 쉬어간다.

 

산빛 낀 김수로못 겨울잠 여태 자고

만석지기 돌덩이산 무척산은 말이 없어

비비새 울음소리만 빈 배낭에 담고 온다.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