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말
  • 시조나라 작품방
시조감상실
  • 현대시조 감상
  • 고시조 감상
  • 동시조 감상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신춘문예/문학상
  • 신춘문예
  • 중앙시조백일장
제주시조방
  • 시조를 읽는 아침의 창
시조공부방
  • 시조평론
휴게실
  • 공지사항
  • 시조평론
  • 시조평론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김진숙 시조시인 작품방 등록일 2016.01.31 20:02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2260

==========================<차  례>==============================

동강할미꽃/ 사북, 그리고 읽다/ 섭지코지 1/ 장마/ 빈집의 화법/ 진도/ 숟가락을 드는 봄

==============================================================

동강할미꽃


그 무슨 절망 깊어 저 바위 뚫었을까


막장 속 피눈물도 꾹꾹 참은 멍투성이


묵은 잎


링거를 꽂고


지켜낸 세상 한쪽.



사북, 그리고 읽다


한밤중 석탄열차 소스라쳐 달아난다

채굴된 첫 페이지 속독으로 읽어버린

철로엔 씻기지 않는, 문장 한 줄 놓인다.


추락한 뭇별들은 어디서 노숙을 하나

카지노 네온사인 해발 천 미터 근처

떠밀려 다시 흔들린 누구의 막장인가.


함부로 말하지 마라, 어깨 맞댄 나무들

간신히 갱도 밖으로 꽃잎 다 흘려보낸

산수유 벼랑에 찍은 십구공탄 옛 불빛.


섭지코지 1


밤하늘 훔쳐보다

입안에 침이 고였다


한 입 크게 베어 물던 '보름달'카스테라


가슴에 얼른 받아든

그것도

팔월

보름.


장마


산수국 꽃잎에 기대 웅크리고 앉아있다


세상에 멍든 상처 하나쯤 숨겨두고


한 번씩 숨넘어갈 듯 바다 향해 울었다.


당신은 띄어쓰기도 없이 눅눅한 시를 쓰고


그만 꽃은 피어서 나는 울지 않아도 된다


불현듯 번지점프다, 꽃잎 끝 눈물 한 방울.


빈집의 화법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린 적 있었다

감물 든 서쪽 하늘 물러지는 초저녁

새들이 다녀가는 동안 버스가 지나갔다.


다 식은 지붕아래 어둠 덥석 물고 온

말랑한 고양이에게 무릎 한쪽 내어주고

간간이 떨어진 별과 안부도 주고받지.


누구의 위로일까 담장 위 편지 한 통

'시청복지과'주소가 찍힌 고딕체 감정처럼

어쩌면 그대도 나도 빈집으로 섰느니.


직설적인 말투는 잊은 지 이미 오래다

좀처럼 먼저 말을 걸어오는 법이 없는

그대는 기다림의 자세, 가을이라 적는다.


진도


딱딱한 가슴으론 그곳에 가지 못한다

아무리 무릎 꿇어도 닿지 못한 바다여

어린 손 손톱에 박힌 비명들이 둥둥 떠.


무수히 긁어대던 차가운 물의 나라

눈물은 눈물대로 분노는 분노대로

서로의 등을 기댄 채 촛불 켜든 사람들.


사월에서 가을로 슬픔은 목이 길어

부끄러운 나의 시도 가라앉은 바다 속

팽목항 가슴 한 쪽이 무너지고 있었다.


 숟가락을 드는 봄


사월 어깨너머 푸른 저녁이 온다

이 빠진 사발처럼 걸려있는 초승달

누구의 가슴 한 쪽이 저리 시려 오는지.


그림자 빛을 가두며 내 뒤를 따라 온다

한 걸음 딛고 나면 달아나는 발자국

온 섬을 불 지르고 간 그 날에 가 닿을까.


꽃이라 불렀지만 눈물이라 읽힌다

제주 땅 어디에나 울먹울먹 피어나

뿌리 채 흔들고 간다, 내가 모른 봄 저편.


눈물은 그런 거여 퍼내도 우물 같은

함께 올 줄 알아야 세상을 배우는 거여


늦저녁 숟가락 하나

눈물 한 술 뜨는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