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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박옥위 시조시인 작품방 등록일 2016.01.29 20:23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1987

================================차  례===============================

개기월식/ 안압지 연꽃/ 책방 이야기 1/ 설화/ 꽃잎 같은 아침/ 구서동 수수꽃다리/모자/ 산거 山居 2/

무화과/ 운주사 누운 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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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기월식


탓하지 말아라 슬픔이 널 품었다고

얼마나 사랑하면 가슴 안에 감췄을 까

타들어 재만 남은 나를 어둡다 말아라


어둡다 말아라 등뼈까지 호나한 사랑

얼마나 그리우면 하늘에다 숨겼을 까

품어도 삐져나온 슬픔 울어 달래고 싶다



안압지 연꽃


임해전 안압지에 내리는 이슬비는

연잎 위를 싸락싸락 소색이듯 내려도

연꽃을 피우기엔 그때가 아니다


돌 밑을 흐르는 소리 없는 샘이 있어

산은 살을 깍아서 불길을 내어주고

그 물길 흐르는 득음에 안압지에 연꽃 번다


바람과 햇살과 흙의 지문을 불러내어

어느 뒤안길의 물무늬를 더듬어 보면

연잎도 너울 귀를 열고 기다리는 날이 있어


고요도 적막한 고요 속에 눈을 뜨는

서라벌 달빛 길을 걸어오는 저 여인

열 두 폭 스란치마에 깨끼적삼이 봉곳하다


책방 이야기 1


연꽃 핀 사진 책을 선물로 받아 들고

연꽃 필 생각으로 해맑아진 아침나절

세상은 연꽃이 피어 잠시 내가 고요하다


일상의 빈 가슴을 글 숲으로 채우는 일

즐비한 숲 속에서 큰 나무를 안아보듯

책 한 권 빼어들고서 몽매삼경 빠져든다


일들은 분업으로 숨 막히게 돌아간다

하루의 빈자지를 채워 주는 신간서적

오늘에 하고 말일은 오늘 날짜로 꽉 찍힌다



설화



설화 피었습니다 삼동을 이겨내고


목울 죽 뽑아든 연분홍 꽃부리들


오셔서 함께 보시면 그리움도 꽃필 듯이



보내신 마음을 사랑이라 여기면서


삼동을 잘 견디고 이 봄 설화 피었습니다


그대 맘 연홍빛인 걸 꽃도 안다는 듯이



꽃잎 같은 아침


나사리 모래톱에 꽃잎 같은 새발자국

지난 밤 초록별들 속상인 말들끼리

햇살이 펴들고 앉아 조곤조곤 읽는다


꽃잎인가 했더니 쫓아다닌 흔적까지

꽃송인가 했더니 새 움음도 찍혔는데

파도가 맨발로 와서 하나식 안고 간다


죽지에 부리 묻고 잠들던 나그네새

새들은 또 어디 쯤 날아갔다 돌아올까

꽃 같은 발자국 남아 아침이 꽃잎 같다



구서동 수수꽃다리


구서역 3번 출구 수수꽃다리 피었다

어느 절 보살님은 국밥을 끓이는데

봄인가 꽃눈 지레 뜬 저 꽃을 어쩌나


보랏빛 꽃 너울 하늘하늘 피워주던

감나는 장국밥을 한 그릇 대접하고

스님은 남은 한파를 그냥저냥 달랜다


눈물국밥 잡수시는 할머니의 흰머리에

새로 핀 꽃핀 하나 꽂아주고 싶은 봄날

향기에 젖은 봄날이 까치발로 가고 있다



모자


슬픔을 가리려고 모자를 쓰는 여자

어깨가 그리움 쪽으로 살포시 기울었다

기섭의 연꽃은 웃는다 말없는 웃음이다


모자를 눌러 고 슬픔을 가려봐도

슬픔은 가릴 수 없다 가섭의 연꽃이다

소금 독 소금은 희다 둘수록 하얗다



산거山居 2


잎 지나 나지막이 몸을 낮춘 나무들이

겨울을 건너가는 물소리를 듣고 있다

감도는 물의 말들로 여윈 뿌리를 넓혀간다


어느 새 산은 한필 어진 명마馬이더니

잔등에 성긴 털을 가지런히 잘랐구나

잘 깍은 상고머리에 겨울해가 성글다


깊은 골안개 피어 천지가 한 장 통 속

저녁답 오는 비는 대숲에서 자는 걸까

산처럼 산처럼만 젖는 바위 한 채 우뚝하다


무화과


너의 긴 침묵이 꽃이란 걸 알기까지

설운 봄 다 가도록 미동도 않은 몸짓

서툴게 아문 상처에 실밥 못 뺀 그리움


한여름 햇살 받아 가슴을 달구며

오목한 그리움을 가슴으로 앓았다

그믐달 빈 속에 담긴 별 이름을 건진다


꽃 새 별 리고 아득한 눈물 한줌

사랑은 아물 수 없는 그리움의 분화구

걲을 수 펴볼 도 없는 만개한 살꽃이다



운주사 누운 부처


구름 기둥 아래서 미륵을 보리라고

어리숙한 지아비가 득도를 꿈꾸면서

천불과 천탑을 짓다 잠시 누운 그 천년


크나 작은 일이라도 서두를 건 아니지만

주술에 잡힌 일은 해법이 없으신가

뜨다 둔 탑의 원반 하나 시무룩이 굳었다


쌓던 탑 내비 두고 설핏 잠든 가시버시

사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제 뜻이 아니어서

누워서 구름도 보고 눈도 맞고 하는 거지


그리운 꽃 한송이 구름 골짝에 피기가지

땅의 뜨거운 입김은 또 몇 해를 흘러갈까

운주사 누운 부처는 누운대로 뉘어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