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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김남규 시조시인 작품방 등록일 2016.01.29 19:44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1974

============================  차   례====================================

한권의 시/ 열대야는 온다/ 말들의 경칩/ 염전에서/ 비둘기의 동선/ 충치/ 젖은 양말은 주머니에 넣고/ 그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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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권의 시


믿음 없는 감정들이

대필 작가 서술처럼


패배를 자랑하며

너로부터 멀어질 때


먼 곳은

멀어지고 나서야

이곳이

되었다



열대야는 온다



심장이 둘이라서 울며 오는 당신은

눈물을 감추려고 샤워기를 비튼다

불볕이

체취로 따라온다

끊어 넘친

일몰처럼


당신의 두 가슴은 태양과 달 같아서

하루만큼 파인 곳 가면 손 엊는다

말없이

불타는 집처럼

탄내를

견디는 밤


여름밤은 원주율로 오는 거라 들었다고

슬픔의 지름은 정확히 하루치였을 까 

우리는

다시 안 올 내일처럼

불티같이

울었다 

  


말들의 경칩


당신은 길 끝에서

손 흔들며 나를 밀고

나는 다시 발끝으로

당신을 밀어내고

우리는

등 들린 혼잣말을

한 번 쓰고 버린다


당신의 목소리보다

먼저 온 질문 앞에

얼굴을 숨기면서

표정을 표정 짓고

골목은

밤처럼 축축, 축축

공개된 비밀같이


당신은 나의 나는 나의

발끝을 바라보며

거리와 간격 사이

경청과 수긍 사이

말ㄷ르이

말 속에서 빛날 때

봄밤은 깰, 것이다



염전에서


오늘도 서산댁은 낮은 바다 막고 선 채

뒤축의 무게로 새벽 수차를 돌린다

바람은 빈 가슴 지나 먼 바다를 일으키고


지친 오후 밀어내고 살풋 잠이 들자

잠귀 밝은 수평선 해류따라 뒤척이며

뒤틀린 창고 이음새, 덴가슴도 삐걱인다


남편은 태풍 매미에 귀항하지 못했다

소금기 절은 목숨 몇 잔 술로 달랠 때

눈시울 노을로 번져 잦아드는 썰물빛


설움으로 풍화된 닻 말없이 내려두고

무명의 소금봉분, 매다 꽂힌 삽자루여

가슴엔 뱃고동 소리 야윈 달이 차오른다



비둘기의 동선


갈 길을 침범하면 위협하듯 날아간다

각자의 방향으로 서로가 비켜준다

우리는

비껴가듯 스친다

지나친 듯 못 본다


간간이 삐져나온 깃털과 노숙들

화살표로 읽어가는 부리와 손톱들

며칠째

눌러 붙은 얼룩

뒤통수를 흘겨본다



충치


무릎에 올려놓은 구걸의 전단지

지하철 엇바디가

순식간 촘촘해졌다

모두가

하던 일 멈추고

졸음을

떨군다


장애인 절뚝이며 다음 칸에 넘어가자

출렁이는 출근객들

발치에 성공했는지

얼얼한

턱 매만지며

비워지는

자리들

 


젖은 양말은 주머니에 넣고


꽃 폈다고

말해서

피어난

봄밤인데


꽃 진다는

말없이

져버린

당신들과


봄비가

왔다간 물웅덩이에

젖은 양말

말리는



그 집


TV만 떠드는 밤

모로 누운 당신의 등

방문들 모두 닫고

넓어진 거실의 공기

식기들

엎어진 자리마다

말라가는

밤의 물기


액자만 빛나는 밤

당겨 덮은 이불 주름

오래된 도마처럼

뒤꿈치 각질처럼

주소가

흩어지는 그 집

센서등이

깜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