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례>==========================
연어의 귀소/ 의자/ 편서풍 1/ 편서풍 2/ 꽃비/ 비어 하늘 가득하다/ 나비 5/ 갈대 2/ 애월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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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의 귀소
잘 갔다 오거라 갓 부화한 작은 연어
여린 핏줄 따라 반짝이는 흐름 속을
아득히 부르는 소리 물길 따라 갔을 까
잔돌 사이 물무늬로 세상 밖을 갔었는데
아득한 삶의 바다 어느덧 나이들어
벌이가 시원찮아도 찾아가는 그 물맛
큰 고기 깊이 있고 잔고기 파닥일 때
인간의 강 시멘트 둑 다 넘어 유전하는
막막함, 지느러미로 그 귀소를 생각한다
의자
비어 있으면 잠시 오래 사색적이다
말 없는 저항도 받치고 있으므로
떠나면 그 방향으로 균형이 비워진다
잠시 떠난 날개가 꽃을 살리는 동안
의자는 기다리는 자세를 잘 지킨다
그래도 오래 비어져 있으면 시든다
의자는 의무의 자세, 칼 잠근 뼈가 된다
없어서 의자 일때 서 있어 의자 일 때
샤로이 앉히기 위해 의자가 되어진다
편서풍 1
마음이 밖을 가면 마음은 절실한 것
안에 늘 있었는데 너는 또 밖에 있다
진실은 갑갑하여라 갖힌 듯 밖을 간다
편서풍 2
마음이 바깥에서 들판 되어 불고 있다
그렇게 불고 있나 안 보이는 바람으로
이 쪽서 더 그 쪽으로 불고 있는 편서풍
꽃비
꽃비도 처음이 있고
마지막 꽃비가 있다
해마다 오던 길로
보내고 오는 꽃비
잘 가라
나를 보낸다
마음 속에 살던 꽃
비어 하늘 가득하다
없어도 여기에서 비어 하늘 가득하다
구름이 바람 따라 수위水位 아래로 잠긴다
한 방울 물감이 구절초 핀 산천에 풀란다
당신이 집을 두고 바람으로 지낸다
편지를 써서 버린다 문득 바람 베인다
입술이 들꽃으로 앉아 길게 그늘로 간다
나비 5
언젠듯 꿈결인듯 못가본 길섶이다
나비는 살아 있다 찾아가는 거기 있다
고단한 위안 속으로 날개 펴고 나르네
방 하나 갖지 못해 흩어져간 것들이여
울음에서 부화하면 나비가 될 것이다
고치 속 집을 나와서 슬픔 위를 나르네
갈대 2
깎이지 않으면서 흔들리며 있는 것은
흔들러 다가가는 가슴 때문이다
저만치 잠겨 있는 풍경, 아름답고 슬프다
멀리서 위로였고 가까이서 아픈 모습
네가 그랬다, 빗질 못한 사연으로
그렇게 너를 살았다 감의 저 쪽 갈대처럼
애월의 시
간절함 수평선에 만선으로 오고 있다 밀물에 길
잠기면 물속을 어른거리지 여기서 깊숙이 큰 치마로
무릎 감싸네
철썩여 날이 사면 어디를 이민 보낸, 바트린 바지가
피리소리 같은 마을로, 파도에 잠긴 날개가 깊어서
넓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