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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문무학 시조시인 작품방 등록일 2016.01.18 20:23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1900

=============================목  차======================================================

암각화1,암각화2,겨울역사1,겨울역사2,겨울역사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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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각화 1

 

 

아마도 간절한 염원이 있었나 보다

헤아리지 못하는

역사 밖의 시간에서

내 오늘

시로 태우는

그런 가슴 있었나 보다.

 

내가 다 읽을 수 없는 겹겹의 원 그리며

속절없이 태웠을

그 가슴의 바램은

그 옛날

누구의 것 아닌

지금 나의 것이다.

 

암각화 2

 

 

암각화에 마음을

부벼본다

불이 붙는다

시간은 티가 되어

하늘로 사라져도

 

염원은 불길 속에서

이글이글 끓는다.

 

동심원 선을 따라

맴돌다 혼절하면

 

아득함을 건너오는

털 많은 사람들이

 

내 어깨 툭툭 치면서

일어나라 소리친다.

 

겨울역사 1

 

 

역사책에서 배운 역사는

눈부심이 많았다

그래서 역사를

빛으로 알았는데

아직은 기록지 못할

80년대는 겨울이었구나.

 

80년대 역사가 티브이에 비쳐진다

합천에서 안양까지

내달리는 숨가쁨이

그 겨울

혹독했던 추위 돌려주고 있구나.

 

역사를 함부로 들먹임도 죄일 테지만

오늘은 그런 죄를

주저없이 저지르며

살아 온

80년대를 부끄러워해야 하는구나.

 

 

겨울역사 2

 

 

그래, 일천구백구십오년 우리 나라 역사는

그냥 그렇게 흐르는 게 아니었어

허탈이 무엇인가를 알뜰살뜰 가르쳤어.

 

아니다

모른다

혹은 기억 없다

눈물도 훔쳐내고

밥상도 밀쳐내며

한 목숨 가꾸는 방법

자상히 일러줬어.

 

휴전선 남방에서 마라도 땅끝까지

그 사이 목숨 붙인 사람과 사람들께

사람이 사람되는 걸 깨우치게 해줬어.

 

 

겨울역사 3

-96년 4월 15일의 일기

 

역사가 참으로만 쌏여진다 믿진 않았지만

이 환한 봄날에 키 큰 어둠 만난다

악과 죄

꽃자리 뺏아

어지럼증 앓게 한다.

 

감춰졌던 악의 씨앗, 숨어있던 죄의 뿌리

차마 그토록이나 단단히 익고 있을 줄

누군들 짐작했으랴

눈치라도 챘으랴.

 

겨울 가고 봄은 와서 순한 바람 불어오고

목련이어 개나리

벗꽃이어 참꽃 피지만

우리네 역사는 겨울

견줄 데가 없구나.

 

사과상자 속에는 사과만 담는 삶들

오늘은 그래도 빛이 되어 뻗는구나

다른 것 담을 것 없는

그렇고 그런 삶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