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말
  • 시조나라 작품방
시조감상실
  • 현대시조 감상
  • 고시조 감상
  • 동시조 감상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신춘문예/문학상
  • 신춘문예
  • 중앙시조백일장
제주시조방
  • 시조를 읽는 아침의 창
시조공부방
  • 시조평론
휴게실
  • 공지사항
  • 시조평론
  • 시조평론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이말라 시조시인 작품방 등록일 2016.01.18 06:36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2073

===========================<차  례>======================================================

홍가시나무가 말하다-자화상/ 첫 봄 청매 트다/ 터진다는 것/ 동백꽃은 지금/ 고기가 열린 나무/ 라일락 안부/ 겨울, 운주사/ 그 섬, 제주/ 연등/

==========================================================================================

홍가시나무가 말하다

-자화상

 

편견일랑 버리셔요 꽃 아닌 잎입니다

가시는 없습니다 부드러운 잎입니다

전설 속 가시나무새 울려 들면 좋겠습니다

 

가을 아니어두 신록 속 단풍 같은

푸른 들판 길어 올리는 맑은 단청 올렸습니다

햇살에 비에 지워져도 지지 않을 홍안입니다

 

지르지 않습니다, 이름만 가시입니다

꽃도 아닌 것이 잎 붉어 치레하고

꽃 하나 피우지 못한 가책 지레 부끄럽습니다

 

 

첫 봄, 청매 트다

 

얼음으로 빗질한 투명 이마 들내며

수정우물 잦아 올려 맑게 괴는 가지마다

사유의 맑은 말들이 젓니로 돋는다

 

 

 터진다는 것

 

1. 그

 

그는 꼭 폭발을 폭팔이라고 쓴다

몇 번을 수정하고 또 몇 번을 일렀는데도

여전히 그의 격랑은 팔팔팔 터질 건 갑다

 

2. 그 사람

 

터질 테면 아무렴 큰소리로 터져야지

얄궂은 메모쪽지 개발개발 쓰지 말고

살아서 팔팔 살아서 당당하게 맞서야지

 

 

동백꽃은 지금

 

물관에서 끓는 이슬 정수리로 역류하네

저 정열의, 정염의 수줍은 입시울이

다소곳 말을 뱉는다

뱉은 말 저 오체투지!!

 

 

고기가 열린 나무

 

자갈치 경매장에서 생선을 산다

물소리에 날리는 번쩍이는 비늘과

비릿한 속엔 것들은 털어내는 시간동안

 

베란다 한 켠에 해 묵어 굵은 나무

팽팽한 힘줄로 햇살을 당겨오고

마지막 바다를 말리는 물고기 열린다

 

봄이 오면 새순으로 새 삶을 살 나무와

유영을 잃어버린 박제의 마른 삶이

생사가 한 권속이라며

지금, 묵언수행 정진중이다

 

라일락 안부

 

 

기다려도 오지 않는 그 시절 생각난다

천지를 간지럽히며 향내로 쓰는 편지

자잘한 소녀 적 일들이 알알이 적혀있다.

 

겨울, 운주사

 

 

눈 내리는 운주사에 와불을 뵈러 갔네

누워계신 부처님은 너무나 편안해서

어물쩡 난간을 잡고 배알하는 우릴 웃네

 

비탈을 미끄러지며 안간힘 쓰면서

쓰러진 부처님과 동지인냥 반가웠네

세상사 울고 웃으며 그리 살라 이르네

 

이형석탑, 이형불상 천년을 기약하고

돌에도

흠이

나고

나고

나서

먼지 된다 이르네

 


그 섬, 제주

 

-올레길을 걸어

 

너무 깊고 푸르러서 슬픔 따윈 모르더라 

울혈처럼 부유하는 그리움을 키워서

돌들도 성채로 굳어

각을 세워 지키더라

 

- 오름에 올라

 

억겁의 기다림이 얽어낸 분화구에

태초의 고요가 풀꽃으로 발화해도

내 가진 언어가 작아

손 내밀지 못했어라

 

 

연등

 

 

아린 잠을 깨워 새벽으로 세워놓고

제자리 보행에 지친 달무리의 노란빛

동그란 황홀로 밝아 맑고도 시린 봄빛

 

어둠을 모아놓고 살 속 깊이 섞다보면

너를 향한 자세로만 합장하는 그리움

어느 날 염원도 자라 저리 고이 필까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