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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강현덕 시조시인 작품방 등록일 2016.01.18 06:17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2596

===========================차   례===========================================

첫눈 가루분 1호, 앉아 있다, 오월이 튀자 하네, 주문진, 신사동 낮 열두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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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가루분 1호

 

 

이 산만 감아 돌면 그녀가 보일 텐데

첫눈이 내려온다 펄럭, 펄럭인다 

한밤을 달려보아도 닿아지지 않는 길

 

그녀는 이제 그 손 놓으려 한다는데

오래된 그 동굴을 허물려 한다는데

그러나 남은 숨들은 아끼고 있다는데

 

어린 날 내 소풍 때 따라온 하얀 얼굴

첫눈 같은 가루분 1호 햇살에 날리던 향기 

마지막 숨 참는 동안 그날처럼 날린다

 

 

앉아 있다

 

 

이철수 판화 속에

아내가 앉아 있다

 

오래 앓고 일어난

뒷모습 다 그런데도

 

오늘 또 눈부시다고

그는 거기 적는다

 

 

여자가 아니고

아내라 그런가 보다

 

열린 창 너머에는

그녀가 만든 꽃밭

 

길고 긴 결혼 속에서

앉아 있는 여자여

 

 

오월이 튀자 하네

 

 

연두가 튀고 있네 싱싱한 멸치 떼 같네

 

가지에 달라붙은 하늘이 파닥이네

 

하늘은 연둣빛 남해

 

싱싱한 청춘이네

 

기우뚱 내 어깨가 오래 신은 구두 같아

 

슬며시 어깨를 벗고 연두에 담궈 보네

 

오월이 나를 껴안네

 

같이 한 번 튀자 하네

 

 

 

주문진

 

 

바람이 미는 파도 파도가 미는 파도

 

밀리고 밀리다가

밟혀서 죽는 파도

 

곡쟁이 흰 물새들

상주보다 서럽다

 

패각 닫힌 조개

일찌감치 닫힌 세상

 

그 문에 들지 못하고

서성이던 사람들

 

먼 데서 밀리고 밀려 여기까지 온 사람들

 

 

신사동 낮 열두 시

 

 

훤칠한 건물들이 쏟아낸 낮 열두 시

 

푸를 지경 흰 셔츠 빛나는 사원증등

 

갑자기 부산스러워진 신사동 가로수길

 

오늘은 어디 갈까? 

 

거기는 먹을 만해? 

 

당당한 위장들의 한 옥타브 올린 말들

 

삽시간 둥둥 떠오르는 신사동 낮 열두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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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덕 시인

1994년 중앙일보 지상시조 백일장 연말장원, 199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중앙시조대상 신인상

한국시조작품상 수상, 2011년 서울문화재단 작가지원금 받음. 시집<한림정역에서 잠이 들다><안개는 그 상점에서 흘러나왔다>, 역류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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