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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그 푸른 소리 -어느 청각장애인에게/ 극락강변 인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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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그 푸른 소리
— 어느 청각장애인에게
1.
그 사람의 소리는 살아서 움직인다
하늘 높이 그네 타는 아이 얼굴을 지나 강아지 목에 흔들리는 방울 속에 숨었다가 여인의 빨간 하이힐에 밟혀 찍히기도 한다. 달리는 자전거 휠의 반짝임에 머물거나 떼 지은 참새들의 날갯짓에서 퍼덕이다 이리저리 비벼대는 나뭇잎에 앉기도 한다. 그의 소리는 밝은 눈을 지니고 있어 물수제비로 퍼지는 빗방울에도 스며있다. 긴 그림자 뒤로 하고 바다에 이르면 파도는 소리에 소리를 하얗게 끌고 올 것이다
어둠이 채 내리기 전 더 반짝이는 노랫소리
2.
소리 내며 피는 꽃을 본 적이 있었던가
가지마다 손가락 펴 말 틔우는 산수유
조용히 빛나는 시간
한 세상이
불거진다
극락강역 인근
멈춘 듯 흐르는
놀 비친 강을 지나
뒷짐 지고 서성이는
할머니의 휜 등처럼
기차가 달리는 한 때
그리움도 둥글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