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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문희숙 시인 시집 <사랑은 주소 없이도 영원히 갈 집이다>
등록일
2022.07.22 22:45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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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숙
경
남 밀양시 삼량진 출생
국립 창원대학교 국문과 및 동 대학원 석사 졸업
1996년 중앙일보 지상백일장 등단
시집으로 <짧은 밤 이야기>, <둥근 그림자의 춤>이 있음
공저로 >길 위의 길>외 연구서 1권
오늘의시조시인회의 젊은 시인상, 통영문학상, 열린시학상, 시조시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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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경
石鏡
저를 닦아, 맑은 거울 되고 싶은 돌이 있다
바람에 길들지 않는 찬 붓 하나 들고
돌 귀를 빗질하면서 너는 참 따뜻했다
풀밭위의 삽화
문밖엔 유행가와 농담이 뒹글었다
뭉특한 댓돌 위엔 길과 길의 화석들
오후의 라디오에선 백일홍 피는 소리
폐허와 폐허가 동거하는 나른한 집
저녁을 쓸어내던 몽땅한 빗자루만
일몰의 그물에 기대 반눈 뜬 채 졸았다
늘어진 벽시계도 사월에 녹아 있다
봄비에 눈을 뜨는 가죽나무 새순 너머
까치가 졸고 있는 집 풀밭 위에 누운 집
위로
푸른 사과 속에서 시간이 익어간다
한 세계는 떨어져 썩으면서 향이 된다
향기는 생이 도달한 완전한 마침표다
이름이라는 주문
거울 속 바위틈에 나무 하나 서 있다
펄럭이는 문패가 얼거나 단풍 들며
새들이 휘파람 불어 석양을 몰고 오는
녹을 줄 알면서도 눈사람을 만들듯
굳은살 핀 저울과 나침반에 기대어
안개와 숨이 차도록 달리거나 기면서
짐승 몇 지나간 뒤 가죽을 남길 동안
나무는 세상에서 가장 짧은 주문으로
거울 속 하늘에 제 이름을 놓는다
분재나무 미인대회
전족을 한 여자들 화분위애 앉았다
굽 높은 구두 신고 잔도에서 부은 발
꼿꼿이 생의 모반을 마주하고 있었다
영하의 하늘 아래 새파란 눈 뿌리고
단단한 쇠줄에 고인 한 뼘 흙 속에는
어두운 생채기들이 먼 길을 바라본다
파사에선 사탑이 하루만큼 기울고
꽃핀 적벽 앞애는 꼬부라진 감옥들
정원의 미학을 위해 그물 속에 묶였다
겨울 야상곡
한 번 떠난 바람은 다시 오지 않았네
얽린힌 나뭇가지에 부리 묻고 누인 날개
느슨한 활처럼 나는 게으르고 위험했네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한통속으로
머리가 꽃밭이네 유행가네 진창이네
문간엔 수북한 날들 갈 데 없는 그 겨울
쓸쓸한 뒤통수는 일몰에 붙잡혔네
넝마 같은 이불 위로 조금씩 새는 지붕
빗서리 무릎 젖는 밤 목이 탔네 도무지
차를 달이다
맹인이 읽는 바람
악보 따루는 소리
비와 구름을 모아
체워진 맑은 심지
오롯이 나를 데워 줄
빈집의 푸른 찻잔
다시, 봄
얼음 풀린 강에서 기차를 바라본다
이만 오천 볼트의 저 고압에 몸 실으면
눈부신 삼월 사이로 나는 네게 닿을까
사방은 흘러내린 모래무덤 황무지
안개가 늙은 봄을 부축하며 서 있다
매화 꽃 온 힘을 다해 겨울을 건너온 날
물길
듣는가, 내 몸 깊이 흐르는 물소리
아무도 건너지 못한 바닥 모를 이 물길
사랑도 읽은 적 없는, 지저귀는 물소리
옻
허약한 시간의 발굽 따라 걷다 보면
신바람이 비탈에 꽂아 놓은 오색 깃발
일찍 온 사춘기에 핀 여드럼 자국처럼
산에 죽은 혼령이 단풍으로 온 여름
찻물을 우려내듯 노랑빨강 몸을 푼
맹독도 목숨 한 가지 약인 듯 약 달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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