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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양점숙 시인 시집 <바라만 봐도 탑이 되는> 등록일 2022.03.25 10:31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278

 


양점숙.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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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점숙

1989년 이리익산 문예 백일장 장원, 가람시조문학회 회장,

경기대학교 겸임교수 역임,

시집 <아버지의 바다>, 현대시조 100인선 <꽃 그림자는 봄을 안다> 등

한국시조시인협회상, 전북문학상, 가람시조문학상 등 수상

현재 (사)한국시조시인협회 부이사장, 가람기념사업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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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밥집 할매 미소

 

 

맹물처럼 웃고 때론 홍시처럼 말캉해

 

허기를 담아 올린 시래깃국 한 그릇에도

 

첫새벽 선잠 털어낸 사연이 둥둥 뜬다

 

막사발에 덕담은 눈물도 고명이라

 

기댈 벽 하나 없어도 눈빛만은 뜨겁고

 

잔마다 어둠 가득해도 하얗게 뜨는 옥니 

 

 

 

만경강 노을

 

 

어머니의 어깨는 늘 바람 소리로 앓는다

 

빈들처럼 쓸쓸해지다 그 시름에 들썩이다

 

허기져 질척한 눈부처 긴 노을을 끌고 간다

 

녹두새의 까만 눈동자 물빛 따라 떠나고

 

허락되지 않는 별을 꿈꾸던 계절에

 

바람 든 그 마디마디 또 하나의 사랑 간다

 

 

 

아버지는 농부

 

 

배꽃 이는 골

농부는

세월을 경작했네

 

마음을 심고

지혜를 기다렸네

 

단물 든

세상은 아니었네

 

지듯 떠난 봄이었네  

 

 

 

느티나무

 

 

바람의 못짓으로 풀어낸 만가일까

막사발에 뜬 낮달로 놓인 장기판 위로

짙푸른 시간을 여윈 그 적막이 무겁다

 

켜로 쌓인 돌무덤엔 시루떡이 놓이고

꼬부랑 지팡이 순례 삼아 들락거릴 때

우듬지 돋아난 잎사귀 세월만큼 파랗다

 

터지고 갈라지고 언제부턴가 썩어간다

참새와 지팡이 설왕설래 휘돌아도

백년의 조신한 꿈이 노니는 몇 장의 잎사귀

 

 

철거현장

 

 

쇠꼬챙이를 물고 날아가는 까치를 봤다

둥지에 박혀버린 갈고리의 한기로

허공엔 서늘한 화살 전선 따라 윙윙 울고

 

그 창창한 철심의 시위에 헐려나가던

순간의 몸짓 허술한 힘의 의미로

한순간 직립을 꿈꾸던 깃털 몇 개 날리고

 

쇠꼬챙이를 물고 날아가던 까치는 봤다

재개발만이 살길 펄럭이는 글귀 사이로

부러진 쇠꼬챙이로 멀쩡한 벽을 깨는 할배를

 

 

성산일출봉 이야기

 

 

게다 끌던 사내는 대지의 뜻을 몰라

정한 바위를 깨고 바위굴을 뚫고

화약내 제 코에 묻으며 땅따먹기에 목말랐다

 

수난의 흔적 남은 바위 아직도 침묵인가

구멍 난 미로에는 몇 마리 박쥐 날고

가끔은 그물코에 걸린 제 울음을 걷어낸다

 

어둠 지우지 못한 먼 생의 물그림자로

포말의 역사는 소문처럼 떠나니고

때로는 늙은 해녀가 혈마다 언 몸 부린다 

 

 

 

제주 풍경

 

 

설산 풀린 물빛에

가슴이 저려 와서

 

숭숭 뚫린 현무암에

바람 높게 올리고

 

혼자도

농익은 그리움에

 

때론

 

흔들리는

유채꽃

 

 

 

질경이 꽃

 

 

맑은 눈물 웃음으로 받아낸 그의 한 생

 

알아본 눈 있을까 마음이 있을까

 

발밑에 쓰러진 질경이 염치없는 날 본다

 

 

밝히고 끊어져도 꽃잎 일어 재우는 밤

 

정 많고 눈물도 많은 바람의 명치라서

 

묻어둔 심화로 피운 어혈은 망울 망울 단심

 

 

 

만경강가에서

 

 

녹두꽃이 떨어진 날

들풀도 목이 잠겨

 

멍 자국이 깊은 함성

무념의 절 올리고

 

방생에

두 손 모아도

선불 맞은 세월만 봤네

 

 

그 길 끝에

 

 

얼음 녹는 소리로 웃던 흰 손사래에

 

앙상한 침묵 올올이 풀어내니

 

감춰도 툭 떨어지는 영롱한 방울방울

 

바람의 뜻을 묻던 하현의 적막 속에

 

마지막 떠는 잎새 은침맞은 자리엔

 

바위섬 혼자 선 나처럼  그 하늘도 흔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