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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오승철 시조집 <사람보다 서귀포가 그리울 때가 있다>
등록일
2022.06.30 14:20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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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철 시인은 서귀포 위미에서 태어나 198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겨울귤밭」으로 등단하여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시조집으로 『오키나와의 화살표』 『터무니 있다』 『누구라 종일 홀리나』 『개닦이』 등 네 권을 펴냈고, 단시조 선집으로 『길 하나 돌려세우고』 우리시대 현대시조 100인선 『사고 싶은 노을』 8인 8색 시조집 『80년대 시인들』 등을 냈다. 중앙시조대상, 오늘의시조문학상, 한국시조대상, 고산문학대상 등을 받았다. 오늘의시조시인회의 의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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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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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철 표해록』에 들다
납읍천 도끼돌에 꿈이라도 벼렸을까
1770년 12월 25일, 못 가둔 그 꿈 하나
기어이 조천바다에 돛배 한 척 띄운다
믿을 걸 믿어야지 뱃길을 믿으라고?
소안도도 유구열도도 들락들락 들락퀴면
몇 명 또 바다에 묻고 만가 없이 가는 눈발
파도가 싣고 왔지, 청산도에 왜 왔겠나
꿈속에서 물 한모금 건네던 무녀의 딸
하룻밤 동백 한송이 피워놓고 돌아선다
그리움도 장원급제도 수평선 너머의 일
나도 야성의 바다, 그 꿈 포기 못 했는데
단애를 퉁퉁 치면서 애월에 달이 뜬다
아내의 오늘
점심인지
저녁인지
밥 몇 술 넘겨놓고
밤 장사할까 말까 역병 도는 저물녘
오늘은 반달 뜨려나
반쯤 문 연
달맞이꽃
서귀포
사람보다 서귀포가 그리울 때가 있다
"오 시인, 섶섬바당 노을이 뒈싸졈져"
노 시인 그 한마디에 한라산을 넘는다
약속은 안했지만, 으레 가는 그 노래방
김 폴폴 돼지 내장
두어 접시 따라 들면
젓가락 장단 없어도 어깨 먼저 들썩인다
'말 죽은 밭'에 들어간 까마귀 각각 대듯
한 곡 더 한 곡만 더
막버스도 놓쳤는데
서귀포 칠십리 밤이 귤빛으로 익는다
삼지닥나무
그제 보고 어제 보고 오늘 또 보는데도
저기 저 꽃들만 보면 환장하는 사람아
저기 저 늦눈마저도
홀린 듯 안 홀린 듯
세 손가락 경례는 불복종 의미라는데
머체골 몽화들도 가지 셋씩 올렸네
천지간 역병의 봄아,
내 경례도 받으시라
새미소오름
아깝기사 가을 햇살 줘도 받지 않겠네
금억새 물결 따라 흘러든 섬의 안쪽
이 생엔 사랑 같은 거
다시 받지 않겠네
오름에 대못질하듯 박혀있는 십자가
나도
그리움도
그 위에 매어달면
네 죄는 네가 알렸다
삿대질하는 구름
간출여
섬도 항거하면 위리안치 당하는가
내가 사는 제주섬도
200년 동안이나
탱자꽃 가시울 대신 수평선이 닫혔었다
이름하여 '출륙금지령'
내 어머니 테왁마저
들물 날물 바다에 실려 갔다 오는 건
물마루 저 건너 땅에 숨비소리 건넨 거다
썰물 때만 나오는 간출여랴 가출여랴
휴대폰도 인터넷도 소용없는 이 그리움
아직도 닐모리동동
서성이는 사람이 있다
고추잠자리20
뒤끝이 그게 뭔가
맑디맑은 이 가을날
벌초가 끝났는데도 성가시게 어정어정
세상은 할 말 다 하고 가는 게 아니잖나
낸들 안 묻히겠나
가야 또 오는 세상
근데, 근데 말이야 딱 한 가진 훔쳐 갈래
이승의 휴대폰 하나 그것만은 허하시라
거짓말 거짓말같이 창공에 섬이 뜨면
봉분인지 섬인지 성가시게 어정어정
고향길 사위다 못한 울음마저 금빛이네
은행잎 기각
몇 번의 은행털이
그마저 죄이던가
성당을 끌어안고
쏘아 올린 화살기도
고얀놈 고약한지고
번번이 기각하네
꿔엉 꿩
오일장 할망들도
본숭만숭 한다는
손 시린 천 원짜리 그마저 털린 봄아
그런 날
오름에 올라
공갈 한 번 치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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