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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윤행순 시인 시집 <간호사도 가을을 탄다>
등록일
2022.06.22 14:12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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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행순
제주대학교 대학원 간호학과 졸업
1996년 <<문학공간>> 수필 신인상
2018년 <<시조시학>> 신인상
수필집 <<하얀스웨터>> 발간
전) 제주도 서귀포의료원 수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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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공짜다
일자리 그만뒀는데
왜 출근 서두르나
멀쩡한 동지나물 시름 박박 무쳐내면
그래도 애틋한 봄이
공짜로
내게 온다
간호사도 가을을 탄다
-간호일지 6
사실은 간호사도 가을을 타는 거다
사랑한다 그 말조차 단풍처럼 떨군 저녁
허전한 나뭇가지에 링거병을 꽂고 싶다
코로나 속, 첫울음
찔레꽃은 피어서 어디로 가려는가
목소리만 들리고 사람은 안 보인다
공원의 한쪽 귀퉁이 떠서 도는 마스크
산통이 시작된 걸까 병원 찾은 내 딸아
감염증이 번져서 면회도 금지라며
첫 손녀 첫울음보다 안쓰러운 아이야
카톡카톡 전송된 꼼틀꼼틀 사진 한 장
어쩌랴, 낸들 어쩌랴 이 세상을 어쩌랴
애썼다, 애썼다 밖에 무슨 말을 더 하랴
어등개 할망당
웃당은 정월 초이틀 대보름날은 알당
이사를 다닐 때마다 따라오는 보따리 종교
행원에 살지 않아도 왜 그렇게 섬겼을까
어머니는 할망신과 무슨 말을 나눴을까
곡절이야 어떻든 바다로 던지는 지드름
휴대폰 진동을 하듯 파도도 몸 비튼다
찔레꽃
간만에 친정에 가도 쳐다보지 않더니
바리발 저녁별빛 싸들고 돌아올 때
하룻밤 안 머무냐며 툭 건드는 찔레꽃
고추잠자리
앉아난 방석에 앉아라, 앉아난 방석에 앉아라
봄가을 인사철이면 빙빙 도는 한집 살림
제주섬 한 바퀴 돌아 어느 마을 또 갈까
행원에서 성산포 모슬포 중문까지
아버지 직장 따라 학교도 따라간다
30년 말똥모자에 말똥냄새 묻어난다
여기저기 찍히는 동창회 문자메시지
내 모교는 어딘지 침 한 번 튕겨본다
올해는 앉아난 방석 외려 한번 뜨고 싶다
황색등
허겁지겁 출근길 5.16도로 들어서면
빨강과 초록 사이 멈춰선 아버지의 시간
한사코 외면을 하는 양지공원 봉안소
낼모레가 기일 날 그냥 확 좌회전할까
아버지 바람기도 용서되는 가을날
돌담에 털머위마저 노란 낮달 피워낸다
꽃무릇
이 세상에 내 것이란 하나도 없는 걸까
서해안 도는 길에 더 버릴 게 없어러
불갑사 꽃무릇마저 소신공양 하는 날
내 가슴 한 켠에도 절 한 채 지어볼까
꽃 지면 잎 튼다는 이해 못 할 법문처럼
이대로 명치 한 끝이 저려오는 사람아
가을에는
목이 허전하면 목도리를 하고 간다
어스름 노을바다 다 지운 단풍나무
하늘로 쳐든 가지에 목도리를 매주고 싶다
가을에는 정녕 말을 아낄 일이다
나무도 무수한 말들 깨끗이 떨군 저녁
그 무슨 독백만 같은 낙엽 한 장 달려 있다
내 비록 홀로 남은 이 세상 하찮아도
스치는 실바람에 속수무책 흔들려도
나만은 기억하리라 빈손 든 이 가을엔
실랑이
아무리 붙잡아 봐라
그래도 나는 간다
자동차 할부금도 날 붙잡지 못한다
삼십 년
일한 이 자리
누가 놓지 못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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