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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심인자 시인 시집 <대신이라는 말> 등록일 2021.04.28 12:42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364





심인자.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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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인자

경남 진주 출생
2012년 오누이시조 공모전 신인상 수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금 받음
시조집 『거기, 너』 『대신이라는 말』, 공저 『경상도 우리탯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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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그내 나를 꽃이라

부를 수 있다면


내가 그댈 바람이라

느낄 수 있다면


마음이 소스라치는 길

함께 걷기 때문입니다




대신이라는 말

-암병동에서



한 방울 피도 못 되는 지랄같은 슬픔이

목울대 밀어 올리며 새벽을 찍어 누른다

어둠 속 불 켠 전자시계  초초히 떨며  가고


불면을 이기지 못한 난장판 심연은

삽날에 뒤집히는 두려움 끌어안고

속죄의 제물을 자원한다 대신은 안 될까요


말라버린 눈물과 뭉그러지는 기도만

투두둑 갓금 안에서 때 없이 분질러진다


서른은 너무하잖아요

내 생을 떼 흥정한다



동행 2



낡아감을 느낄 때

낡은 것의 숨결 가깝다


오래되어 편한 것의

애틋함과 측은함


무릎을 기어 나오는 욱신욱신한 틍증도


그래그래 함께 가자

손 내밀어 토닥이면


깊어지는 주름살 펴며

물 차오르는 기억들


오래된

사물 같은 당신도

곁에 있어 참 고마운



그 저녁



저녁의 시린 발이 다가오다 멈춘 사이

그 안을 들여다보는 버룻이 깊어간다

내 생은 어디쯤일까 한 치 앞 모르는 길


심장에 펄떡이는 조급함을 애써 누르면

서천으로 퍼저가는 헐거운 생의 무늬들

여기쯤 멈춰주어야 고통 접을 그런 날


이불 속 저린 발을 시린 발로 덥힌다

눈앞에 사그라지는 연극 같은 무대들

꿋꿋이 버티는 오른쪽

왼손으로 안는다



속이 구쁘다



내가 밥을 뭇나 먹거리 찾던 몽실 할머니

치매 허기로 보이는 건 온통 먹을 것뿐

기저귀

속 뜯어 차려놓고

쌀밥 좀 묵어보소


피붙이 향한 허기 고갈되어 주저앉고

텔레비전 안에선 자글자글 산해진미

춘궁기

배 안에 든 아우성

이적지 못 몰아내고



객석에서



큰 눈 온 이른 아침 쓰레받기로 눈 치우다

눈 속에 납작 눌린 주검을 뜨고 말았다

짓밟혀 마지막을 맞은 참새는 뜬 눈이다


입찬말에 끌려가도 온몸 내던지며

치욕의 날 길바닥에 편 위안부 할머니

그날을 사죄해 달라 울부짓고 통곡한다


얼마나 귀 기울였나 애면글면 그 절규

무참히 밟아놓고 함구하는 사람 속의 나

짓밟힌 참새 앞에 서서 은 결든 날 톺아본다



예순



허기가 떠난 자리

슬픔도 허물어지고


마음이 짓물러

생각도 무뎌졌다


그릴 것

지울 것 없는

민무늬만 모호하다



덤덤 무덤덤



어깨가 기울었네요

생각도 살도 버렸네요


작은 상자 안으로

마디 풀고 들어가네요


화부는 덤덤 무덤덤

당신 담아내세요


입술을 떠난 말들은

어디서 잡아 오나요


눈 안에 담았던

얼룩은 어디서 빼나요?


쟁쟁쟁 들을 구멍을

잃은 귀도 떠났네요



살풍경



희끄무레한

전봇대 밑

수군수군 쏠리는 소리


검은 봉지 흰 봉지들 서로 등 맞대고 있다


눌리고

터진 배 안고

줄줄

진물 흘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