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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김영재시인 시집 <유목의 식사> 등록일 2022.02.26 14:02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306






깁영재.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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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재

전남 순천 출생. 1974년 <현대시> 등단.
시집 목련꽃 벙그는 밤』 『녹피 경전』 『히말라야 짐꾼』 『화답』 『홍어』 『오지에서 온 손님』 『겨울 별사』 『화엄동백』 『절망하지 않기 위해 자살한 사내를 생각한다』 『참나무는 내게 숯이 되라네』 『다시 월산리에서, 시화집 사랑이 사람에게, 시조선집 참 맑은 어둠』 『소금 창고, 여행 산문집 외로우면 걸어라등 출간.
유심작품상, 순천문학상, 고산문학대상, 중앙시조대상,
한국작가상, 이호우시조문학상, 가람시조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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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재의 단시조집 유목의 식사는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균질성과 가독성 그리고 빼어난 언어적 의장이 한 편 한 편의 단수들을 지극하게 감싸 안고 있다. 시인은 이번 단시조집에서 구체적 감관感官과 객관적 세계를 매개하는 따뜻한 언어를 통해 가혹한 시간의 흐름에 놓인 삶과 사물의 운명을 노래해 간다. 그래서 그의 단시조는 그 어떤 예술보다도 시간과 친연성을 가지며 언어를 통한 시간 경험을 우리에 게 한껏 선사해 준다. 자신이 써가는 시조야말로 시간을 가장 커다란 방법적 기제로 삼는 문학 양식임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 시간의 흐름을 따라 새로운 서정적 온기가 따듯하게 밀려들고 있다 할 것인데, 우리는 그것을 일러 그리움의 여백역동의 고요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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쏜살



오늘도 하루를

자벌레로 살았다


한 달은 가을볕 아래

허리 펴면 또 한 달


농담이

진담인 나이

내 삶은 쏜살이었다




자락길



안산 자락길 걷는

할머니 숨 가쁘다


자식 낳고 키워서

결혼시켜 보냈는데


자식의

자식 키우는 일

자락길보다 가파르다




유목의 식사




어설프게 말을 몰아 돌아온 몽골의 밤


유목의 낯선 식사는 야생 염소 통구이


육질은 버리고 질겼다


나의 삶도 그러했다




초원에서 열흘



한 열흘

몽골 초원

게르에서 기다렸어요


밤이면 별을 세고

낮에는 말을 먹여


해 저문 지평선 너머 당신 함께 가려고요




죽마고우길



대나무 말을 타고

달리던 그 고샅을


객지에서 고향 잊고

아등바등 살다가


죽녹원

대숲 사잇길

꿈처럼 달려본다




전화 한 통



나 알겠니 한마디

잊지 않았겠지?!


왜 그 말이 짠할까

왜 그 말이 서러울까


오래전

떠나온 고향

문득 받은 친구 전화




물을 쓸다



소나기 지나간 뒤

빗자루를 들었다


물은 본디 안에서

밖으로 흐르거늘


마당이 안으로 기울어

고인 물을 쓸었다




껍질 벗는 매미에게



젖은 날개 마르면


바람처럼 살 수 있어


너에게는 소중한


날개의 시간들


매미야


날개를 펼쳐


날아봐, 어서 울어





마을 어귀



가을 저녁 찬 바람에

힘없이 잎은 지고


지상의 어둠 속을

떠도는 노숙자들


먼 데서

개 짖는 소리

사람이 사나 보다





목련 이별



활짝 핀 목련 송이

봄밤에 건들댄다


더 필 것 없다고

그만 가야겠다고


취한 듯

흔들리며 한 잔

잘 놀다 이별이라고




봄날은 간다



봄이

살짝 더운 날

연붕홍 싸리꽃


부스럭대던 풀숲에서

장끼 한 마리 나온다


그 뒤에

수줍은 까투리

봄날은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