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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홍진기 시조시인 시집엿보기 등록일 2021.01.22 21:52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412



홍진기.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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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기


호: 소정 小井

경남 함안에서 태어남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현대문학> 시, <시조문학> 시조, 각 추천완료

조연현문학상, 성파시조문학상, 시조시학상, 시인들이 뽑는 시인상 외 수상

시집 < 파수꾼> <추억의 푸른 눈빛>, 시조집 <기다리는 마음> <울음 우는 도시> <빈 잔> <거울> <무늬> <낙엽을 쓸며>(100인선집), <배나무 없는 배나무실>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조시인협회, 오늘의시조시인회의, 국제펜 한국본부 등 자문, 한국현대시인협회, 국제펜경남지역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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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손님





간밤에 안마당을 손님 한 분 다녀갔네


단골 식객 까치발이 쪼각쪼각 찍은 흔적


된서리

온다는 기별

문풍지가 울더니만


마루 끝에 제비똥은 오래전에 말라 있고


가을은 안산 발치에 여태도 미적이는데


수노루

멀리서 우네

바짓부리 바람 차네







당산나무





사월 언제 당산나무 알종아릴 보았네

귀신도 읽어내고 저승길도 짚어내는


마을을

지켜온 신령

신작로에 밟히는 날


많이도 두려웠네 고요로운 숨결이

스멀스멀 가는 해 날개 처진 산자락


죽은 듯

엎드려 사는

눈이 맑은 땅민들레





* 땅민들레: 땅에 붙어 사는 민들레.








고독한 새





산그늘 추운 하늘 이마받이 하는 저녁


별처럼 높이 떠서 물결처럼 출렁이다


맞배집 낡은 지붕에 나래 접고 앉은 새


무겁게 부는 바람 억새꽃은 쏠리는데


자락구름 길을 잃고 산을 넘다 날 저물여


감나무 잎 진 가지에 목을 꺾고 앉은 새





봄꿈 소리





1

시집을 읽다 깜박, 반가운 소릴 듣네


귀에 익어 듣던 소리 바작바작 바람 소리


달빛이 바람을 불러 책장을 넘기는 소리



2

겨울을 걸터앉아 봄을 불러 노는 재미


마음은 만리를 날아 꽃똬리를 틀었는데


책장은 엊저녁 거기 문풍지만 떨고 있네





광바위 생각





바닷가 물결 밀려 나란히 젖던 발목

지금은 잊었지만 무슨 사연 밤은 깊어

그녀는

중얼거렸네

사랑은 물에 뜬 달빛이라고


오늘은 멀거니 앉아 그 달빛 목에 걸고

하얗게 부서지는 물소리를 혼자 듣네

알 듯한

그 말 씹으며

입을 막고 눈을 감네





조각달





부서지는 별빛 받아 산그늘에 바람 추워


낡은 지붕 담장 아래 가을벌레 모여 사는


울 엄마

안고 간 적막

감나무집 안마당


할머니 기침 소리 돌아오는 산울림


대문채에 반쯤 기댄 감나무 늙은 가지


먹다가

남은 까치밥

이가 시린 조각달





쏠리는 세월





하루해가 한 평 반씩 내 생각을 걷어내면


원하지 않는 종언 산국화 향이 지듯


문밖엔 쌓이는 고독 헤죽헤죽 바람 가네


구름이 솔잎에 걸려 출렁이는 산등성에


달빛은 포말처럼 억새꽃에 부서지고


보름달은 쏠리는 쪽으로 밤 비둘기 자주 우네





고향길





옛집으로 가는 내 길은 여태도 쪽길에네


안산에 봄이 오면 산도 들도 꽃 잔치로


골마다

두견새 울어

아지랑이 절로 피는


산개울 물이 불어 고라니 떼 모여들고


새소리 길을 잃고 돌아오는 산울림


물총새

살이 여물어

옹자물에 빠지는





낮 달





달이가 떠나던 날 먼데 하늘 보았듯이

그렇다고 막아설

나는 아무 힘이 없던

도랑물

실려가는 꽃잎

오늘 혼자 보고 섰네


내 어깨에 몸을 주고 살눈썹만 적셔내던

하 맑은 살빛을 닮은

모란꽃잎 떨어지네

나만큼

나이를 먹어

등이 굽은 밭두렁에


오늘은 훌쩍 높은 구름 끝에 바람 불어

어린 까치 감나무에

혼자 와서 울다 가고

꽃잎만

하늘에 떴네

가지 끝에 걸린 낮달





어린 고향 2





눈 맑은 산도랑에 달이 빠진 옹당이에


밀었다 당겼다가 등을 미는 물결무늬


솔바람

가다 또 서네

밤새가 자주 우네


사랑은 잘 몰랐지만 절로 익어 좋은 날


비구름 재를 넘다 제풀에 무너지고


골 깊어

꽃 지는 적막

조각달이 기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