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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김덕남 시인 시집 엿보기 <거울 속 남자> 등록일 2020.10.17 15:13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394



김덕남.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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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남


경북 경주 고란 출생
2010년 《부산시조》 신인상 수상
2011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2015년 시조시학 젊은시인상 수상
2016년 부산문화재단 창작지원금 받음
2016년 부산문학상 우수상 수상
2017년 한국시조시인협회 올해의시조집상 수상
2018년 한국시조시인협회상 신인상 수상
2019년 이호우·이영도시조문학상 신인상 수상
2020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문학 창작지원금 받음
시조집 『젖꽃판』 『변산바람꽃』, 현대시조100인선 『봄 탓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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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양못




젖내 문득 그리운 날 위양못 찾아간다


물속 하늘 날아가도 젖지 않는 백로 날개


높아서 더 깊어지는 새의 길이 보인다




신음도 진통제도 흘려보낸 못물 아래


푸드덕 깃을 치며 손 흔드는 고운 엄마


낮아서 더 넓어지는 물의 길을 읽는다




개양귀꽃




엄마의 엉덩이에 멍울진 몰핀 무늬


숨 끓는 통중 앞에 급히 찌른 하얀 수액


떨리는 내 손 껴안고


붉은 꽃잎 뚝뚝진다





고갈비를 구우며




사는 게 싱거운 날 왕소금 뿌려본다


비릿한 내 안에도 시나브로 간이 배면


짭조름 손맛 하나로 식탁보를 펼친다


껍질은 바삭하게 속살은 촉촉하게


노릇노릇 구워내면 당신 혀에 착 감기지


고래등 태워주겠노라던 불콰한 그가 온다




거울 속 남자




병목을 거머쥐고 그네가 들썩인다

날 수도 내릴 수도 외줄은 길이 없어

명치끝 시린 절망을 바닥에다 쏟는다


말끔한 출근길에 인사도 깔끔하던

간간이 희파람도 승강기를 타고 내려

거울 속 마주친 눈길 목련처럼 환했다


실직일까 실연일까 등이라도 쓸어줄걸

맥없이 주저앉은 무릎 저린 시간 앞에

연초록 바람 한 잎이 어깨 위를 감싼다




서산마애삼존불 이야기




아슬한 바위에서 남자가 웃고 있다


과거의 빛을 따라 본처가 웃고 있다


미래의 반가사유로 애첩이 웃고 있다


짱돌을 던질까말까 본처의 웃음 속에


볼우물 용용대는 애첩의 웃음 속에


좋은 게 다 좋으니라 그 남자의 웃음 속




자계서원* 은행나무




한 시대 몸을 던져 어둠을 걷어내듯

시퍼렇게 날이 선 심지 하나 품은 채

알알이 뛰어내리는 사초 속의 등불이다


깃털 같은 목숨에도 가슴은 천근만근

감싸 맸던 울음 풀면 어느 강에 넘치려나

금이 간 밑동을 뚫고 벼린 붓이 솟는다


붉은 획 내리그은 절명시가 저러할까

한목숨 뒤흐드는 외곬의 바람 앞에

파란도 만장도 아닌 결기 하나 꽂는다



* 경북 청도에 있는 서원으로, 무오사화로 극형을 당한 탁형 김일손을 추보하기 위해 세웠다





몽돌




뾰족한

내 안을

두드리고 두드린다


물마루

딛고 선 듯

발 구르며 우는 뜻은


당신께

접안치 못한

치사랑의

내 눈물




동백




모시적삼 쪽찐 머리


물동이 이고 온다


찰랑찰랑 넘친 물을


한 손으로 흩뿌리며


똬리 끈


살짝 문 당신


앞섶 자락 젖는다




문득, 그립다




배다리 건너가다 물아래 문득, 본다

캄캄한 물속에서 나를 보며 웃는 얼굴

어딘가 낯이 익은 듯 주춤하다 손 내미는


꽃들이 돌아서도 향기 아직 남아있다

꽁꽁 언 발을 감싸 가슴에 품어주던

발바닥 간질한 감촉, 엄마의 유두였다


물주름 말아가다 젖내음 밀려온다

철 지난 폭우에도 때 이른 폭설에도

별빛을 길어 올리는 두레박이 되곤 했다




해바라기




그것은 헛소문이야

한때의 바람이야


밤마다 날 버려도

보란 듯 날 버려도


까맣게

박아논 첫정

갈수록

더 박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