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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김민정 시인 시집 엿보기 등록일 2020.08.14 10:17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443

김민정.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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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1985년 <시조문학> 지상백일장 등단,

시조집 <나, 여기에 눈물 뜨네> , < 지상의 꿈> , <사랑하고 싶던 날> , < 영동선의 긴 봄날>  등 다수

논문집으로 <현대시조의 고향성>, <사설시조 만횡청류의 변모와 수용 양상> 등이 있다.

나래시조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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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었다




물소리를 읽겠다고

물가에 앉았다가


물소리를 쓰겠다고

절벽아래 귀를 열고


사무쳐 와글거리는

내 소리만 들었다




오롯하다



수시로 일렁이는 맨 몸의 파도처럼


뱉어논 울음의 씨 자근자근 밟다가,


아울진 물무늬인 양 나도 따라 여울지다



더 없는 고요 속에 꽃으로 오기까지


쓰다듬고 더듬어서 돌의 뼈를 볼 때까지


한 치를 넘지 못하는 그 생각의 안과 밖



서울 아침



비바람 눈보라에 수백 년 할퀸 자국


인수봉 어깨즘에, 새 한 마리 앉아 있다


바위도 늙어 가냐고


부리 쪼며 말을 건다



어둠을 걷어내며 부챗살을 펴고 있는


장엄한 아침빛이 서울을 품어줄 때


자잘한 세상일들이


그 품에서 다 녹는다 




손님



누구의 입김으로 창밖이 흐려지나


그 누구 발자국이 가슴을 찍고 있나


나 몰래 다녀가시는 까무룩한 새 그림자 



예고도 없이 벌컥, 문을 열고 들어서는


낮선 별조각이 이마에 부딪힐 때


혼곤한 어둠을 접듯 늦저녁의 새 울음




가지 끝 동박새가 목을 자꾸 갸웃댄다


고즈넉이 젖은 뜰에 홀로 환한 저 매화 꽃


목청을 가라앉히며 제 부리를 묻는 새




창과 창 사이



머무는 것은 없다 시시각각 변한다

알면서도 사랑하고 알면서도 흔들리는

어쩌다

눈을 피해도

속내를 들켜버린


카페 우리문에 옆모습을 다 드러낸

한 여자의 긴 머리가 미세하게 흔들린다

누구를

기다리는 듯

양볼 더러 붉어지는


강물이 소리없이 다가왔다 멀어지고

빛나는 눈썹 위로 아슬히, 푸른 이마

한동안

마주보다가

그만 서로 무색해진



깨를 볶다가



고향에서 부쳐온

참깨 한 봉지를


돌과 뉘를 고른 후에

물을 부어 씻어본다


물기가

촉촉이 밴 몸

홀쭉하고 납작하다


달궈서 뜨거워진

큰 냄비에 쏟아놓자


토도록, 살이 올라

고소함이 가득하다


시혼詩魂도

저리 묶으면,

통통하게 살 오를 까



유채꽃



햇살과 바람으로

찰랑찰랑 씻어 올린


미세한 표정으로

봄을 건너 오고 있다


하늘이 조금씩 열린다 아롱아롱 저 얼굴!



이미 봄은



기다리는 자에게는 일찍부터 닿아 있다


싸아하게 짜릿하게 톡톡 튀며 오는 봄이


두꺼운 겨울 외투의 단추를 풀고 있다



밑동부터 피가 돌아 봄버들은 가려운 지


줄기를 출렁이며 어깨츰이 한창이다


바람도 가속도 붙어 폐달 힘껏 밟는다



산수화



나무도 바위들도

골짜기도 개울물도


모두 좋다 받아들인 

부처님 품속 있다


점점이 흐르던 구름도

불러와서 안아 주는




반구정 아래



이울 대로 이운 가을 다시 찾아왔습니다  


임진강 갈대들도 제 머리가 무거운지


뻣뻣한 고갤 숙이며 옛 생각에 잠깁니다



너도 옳다, 너도 옳다, 편 가르지 않았으니


어찌 보면 우유부단, 손가락질 당했을 법


조금 더 높은 곳 바라 끌어안는 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