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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김영기 시인 시집 엿보기 등록일 2020.08.11 09:47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362




김영기.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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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1940년 제주시 광양 출생

1984년 제1회 <아동문예> 신인문학상 동시 당선으로 등단,

<날개의 꿈> 외 4권의 동시집과 <꽃잎 밥상> 등 동시조집 5권이 있음

제3회 제주시조 지상백일장 장원후 제10회 <나래시조> 신인상 당선으로

<갈무리하는 하루>, < 내 안의 가정법> 시조집을 펴냄

제30회 한국동시문학상, 제9회 제주문학상, 제2회 새싹시조 문학상, 제16회 제주특별자치도 예술인상을 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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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함




이름 달고 누운 명함 피사리하듯 뽑아낸다

꽃들이 생기 잃어 아름다움 다하면

시들어 쓸모없듯이 쓰레기 신세 아닌가 


서로 소용되기로 악수하며 만난 그날

받은 명함 오늘 보니 처음인 듯 생소하다

뉘 손안 내 명함들도 이 처지 못 면하리


쓸어낸 낙화처럼 수북이 쌓인 이름

미련 없이 버리자니 요것 한 장 남겨두자

결국엔 한 장도 못 버리고 다시 끼워 넣는다




멸치가 하는 말



'헤쳐하면 다 사는데 뭉쳐하면 다 죽는다'


뼈대 있는 자손이라

반역의 말 못하고


속내를 죄 내보이며 굴종의 삶 살았어


수산시장 귀퉁이에 말라서 뒤틀린 몸


서로가 닮았거니

볼품없다 흉보지마


이쯤에 고추장 찍어 허한 배나 달래소




짧은 만남 긴 이별



휘황한 우주쇼

유성우 내리는 밤

찰나의 만남은 긴 이별의 예고편

오감의 텔레파시로 타전하며 오고있다


경이로운 그 열연은

안무도 없는 연기

못 이룬 첫 사랑에 다짐만 풀어놓듯

집착에 휜 등허리를 투시하며 내린다


그러네, 무한 무량

허공의 시간 속에

한 생은 역마살로 닫히는 단막극

객석엔 떨기별이듯 반디만이 외롭다




고란이 닮은 그대



실비는 한이 맺힌 삼천궁녀 눈물인 듯

목어는 목을 빼고 빗소리에 몸이 불어

천년을  흘러 온 강에 속마음을 씻는다


단아한 절 한 채 다소곳이 손에 받쳐

고란초 한 잎 띄워 물 한 모금 마시면

풍경이 가슴에 울어 단청도 스며들어


종소리 여음 따라 고란이 닮은 그대

몸은 멀리 떨어져도 소식은 전해야지 

백제의 따슨 숨결을 우표대신 붙인다



있수다



없는 것 빼고 다 있수다, 와서 수다 떠세요


it곁에 수다 쓰고, pun 밑에 있SUDA


자그만 고내 포구엔 둥지를 튼 언어퓨전


등대의 갈매기는 시낭송을 하는지


막 먹어도 질리잖는 그대의 수다 같다


침샘을 팡(pun) 터트리는 머그잔의 커피향




검은굴 * 자리



가마터 불꽃 자리 법당이 들어서고

부처님 앉던 자리 놀이터 그네 뛰네

한 세대 넘기기도 전

가뭇없이 떠나가


허벅진 누이 얼굴 범당의 풍경 소리

사위는 망막 속에 선연한 그 실체를


밟히던 잡초들만이

존재감을 드러내



*검은굴 : 제주에서는 가마窯를 굴窟이라 함. 생상된 그릇의 빛깔에 따라 검은굴과 노랑굴로 구분.

제주시 동광양에도 검은굴이 있었음

  


고향의 서낭당



마을의 이정표이듯 초가의 올레이 듯

한 굽이 돌아들면 동구에 당이 있다

세월의 인심 따라서 폐가처럼 잊혀 가는


울긋불긋 긴 헝겊에 이어놓은 명줄 따라

무병장수하여서 금의환향 하게 하소서

어머니, 그 어머니의 신앙보다 더 붉던 곳


빛바랜 타래지만 한 올 한 올 이어놓고

방패연 날리면 유년의 꿈 떠오를까 

쳐다 본 팽나무 우듬지엔 까치집만 덩그레



산수유 눈이 붉다

-행주산성에서



부엌에서 손만 닦는 행주가 아니었다


행주가 해어지면 치마 잘라서라도


야문 돌 날라 던지며 산성을 지킨 결기


조총이 무력함을 예와 보고 알았다


8부 능선 저지하는 어머님의 돌팔매를


돌이켜 되 삭이는지 눈이 붉은 산수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