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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24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등록일 2024.01.01 21:06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141

[2024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조당선작]


휠체어의 반경

조은정

 

 

아픔의 무게만큼 하루를 밀어낸다

불 꺼진 병실에 접어놓은 우두커니

온종일 바쁜 바퀴는 이제야 잠이 든다

 

꿈속을 굴려봐도 상처뿐인 막다른 길

굴리는 대로 굴러간 당신 손을 감싸면

가파른 시간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주저앉은 불빛마저 걷기 연습 한창인데

환한 봄 언제 올까 길목이 피어난다

당신과 멀어질수록 일어서는 내일들

 

[심사평]

시조는 한글과 찰떡궁합을 이루며 상승하는 반려자라고 생각한다. 한글이 창제되기 전부터 우리 민족이 수천 년을 사용해온 말의 음보를 가장 적확하게 지켜가고 있는 것이 바로 시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조는 누가 소리 내어 읽어도 자연스럽고 거침이 없어야 한다.

 

 

투고작들은 난세의 시절가조 답게 다양하고 새로운 소재를 담아낸 모습들로 가득하여 뿌듯했다. 코로나가 다녀간 모습부터 우크라이나 전쟁과 위급한 생태계에 대한 걱정, 출산율 감소에 대한 우려와 팍팍한 서민의 허전함에 보내는 따듯하고 애잔한 감정들이 포근했다. 더러 시조의 율격에 어긋나는 작품이 보였지만 대체로 음보와 정형성을 무난하게 구사했다는 것도 대견스러운 현상이었다.

 

2차 통독을 통해 건져낸 여덟 편의 작품을 다시 교차 심사하여 마지막 세 사람의 작품이 최종심에 남게 되었다. ‘휠체어의 반경스태추 마임’, 그리고 라인댄스가 다시 겨루었다. ‘스태추 마임’(동봉한 다른 응모작 포함)은 압축미가 부족했고 부자연스러운 시어가 음보를 거스르는 부분이 있었다. ‘라인댄스’()는 단정했지만 뚜렷하게 드러나는 주제의 힘이 강하지 못했다. 다시 더 좋은 작품으로 만나길 기대한다.

 

조은정의 작품들은 시조가 갖추어야 하는 함축성과 평온한 음보가 돋보였고 절실하게 다가오는 주제와 소재의 어울림이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있다. 더구나 긍정의 힘으로 밀고 나간 구성과 끝까지 놓지 않은 희망의 꽃대는 새해 아침을 활짝 여는 작품으로 손색이 없다고 두 위원은 의견을 공유했다. 그의 시안이 더 넓어지고 탄탄해져서 시조의 멋진 꽃을 피울 수 있으리라 믿는다.

 

심사위원=정용국 이광 시조시인

 

[당선소감]

눈은 오지 않고 기다림만 쌓일 때 받은 당선 통보는 머릿속부터 하얘졌습니다. 그 기쁨을 맞이하기라도 하듯 내 앞에 유난히 좋아하는 눈이 내렸습니다.

 

 

몸에 닿자마자 녹아버리는 나의 문장을 찾기 위해 내 주변을 오래 서성였습니다. 이제 겨우 제자리를 찾은 느낌입니다. 흩날리는 눈처럼 감사와 환희가 춤을 춥니다. 시조의 결을 따라 앞만 보고 여기까지 오는 동안 함께 해준 모든 이들의 고마움이 깊이 새겨집니다.

 

휠체어의 반경은 요양병원에 8년째 누워 계신 엄마의 불편한 몸을 묵묵히 받들며 반경을 넓혀가는 휠체어를 보고 쓴 글입니다. 치유의 빛도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하루를 밀고 나가는 모습이 눈물겨웠습니다. 제 발로 움직일 수 없어도 바퀴는 가능성의 문을 열어 두고 움직입니다. 그것이 고결한 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도 힘겹게 병마와 싸우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겠습니다.

 

글을 쓰는 일도 이와 같아서 쓸 수 있을 때까지 밀고 나가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며 때로 무용한 것이라고 여기던 것이 유용한 것이 되는 것처럼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고도는 내면의 울림이며 희망이라는 것을 믿습니다. 그것이 저에게는 글쓰기였습니다. 막연하지만 마음속에 저를 추동하는 불꽃이었고 그 불꽃의 일렁거림에 설레었습니다. 어렵고 힘든 길이지만 뚜벅뚜벅 저의 보폭으로 걷기를 멈추지 않겠습니다.

 

어린아이가 걸음마 연습하며 발을 떼듯, 시조로 바로 설 수 있게 이끌어주신 조경선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함께 공부하며 힘이 되어준 시란 동인 선생님들 고맙습니다. 문학이라는 공통분모로 만난 용인문학 선생님들 고맙습니다. 국제신문과 부족한 제 글을 선해주신 심사위원님께도 감사드리며, 공부하는 모습으로 롤 모델이 되어주신 아버지와 묵묵히 저를 지켜봐 주신 엄마가 계셨기에 글이라는 씨앗이 싹틀 수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다영이, 동호 그리고 남편과 이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약력=1969년 경기 출생. 시란 동인. 용인문학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