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말
  • 시조나라 작품방
시조감상실
  • 현대시조 감상
  • 고시조 감상
  • 동시조 감상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신춘문예/문학상
  • 신춘문예
  • 중앙시조백일장
제주시조방
  • 시조를 읽는 아침의 창
시조공부방
  • 시조평론
휴게실
  • 공지사항
  • 시조평론
  • 시조평론

신춘문예/문학상

Home > 수상작품실 > 신춘문예/문학상
제목 2016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등록일 2016.01.13 18:16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2136

[2016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물의 독서

최정연

 

물 아래 달을 봐라

콸콸한 문장이네

몇 개의 모음들이 괄호 밖에 흘러넘쳐

지금은 은어가 오는 시간,

달빛공지 띄우라네

 

산란하는 조약돌도 물 소리 헤이는 밤

오십천 수면 아래

무슨 등불 켜두어서

뜨거운 이마 짚으며

다상량의 달을 보나

 

수심 찬 질문들이 부서지고 또 고여서

물결 책 갈피마다

각주로 박혀있네

내 몸도 출렁, 불려나와

행간의 밑줄 될까

 

[2016 신춘문예] 시조 - 최정연 씨 당선 소감

이제는 나만의 색깔로 물들이고 싶어


마음이 산만해져 어둑해진 바닷가 마을로 들어가는 길을 또 잃었다. 잿빛 하늘이 바다에 닿아 출렁이는 돌담 사이를 기웃거릴 때까지 이제는 영영 볼 수 없는 사람 하나를 그리워했다.

 

하늘 거긴 어때? 여긴 좋아. 마음 쓸쓸해지는 그런 저녁에 날아온 소식은 떠난 이가 보내 준 애틋한 선물 같기도, 오래 게으른 자에게 당신이 무슨 할 말이 더 있겠느냐고 묻는 서러운 질문 같기도 했다. 잠시 울컥했지만, 저 겨울나무처럼 초연하기로 하자.

 

그동안 새겨놓은 내 발자국은 지워지고 없거나 삐뚤삐뚤한 모양새다. 부끄럽다. 어린 시절 추억 속에는 늘 시가 있고 지금 내가 살아가는 사소함 속에도 시는 조용히 함께하지만, 너무 오래 돌보지 않은 그것은 녹슨 피리나 다름없다. 칭얼대고 흐느끼는 그들을 끝끝내 버리질 못하고 살았다. 이제는 나를 갱신해야 할까. 스스로 깊어지는 힘으로 가장 정직한 나만의 색깔로 자신을 물들여 보고 싶기도 하다.

 

먼 길 돌아서 오는 사람에게 새로운 꽃 피우도록 지면을 허락해주신 국제신문과 모국어의 즐거움을 마음껏 누려보라 다독여주신 심사위원 전연희 서태수 선생님께 엎드려 감사드립니다. 겸손한 자세로 오래 보답하겠습니다. 오래전 한 그루 나무로 그 숲이 되고 산이 되신 모교의 스승 오규원 선생님! '자네가 그것이 시라면 시가 맞네'라며 빙그레 웃으시던 그 미소가 그립습니다

 

[2016 신춘문예] 시조 심사평

신선한 패기와 성장 가능성에 방점

 

98명 361편의 응모작을 두고 우선 심사위원의 자의성을 최소화하고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준거를 마련했다.

 

예심에서는 시조 형식과 문학 미학의 보편적 속성을 기준으로 많은 작품을 배제하고 10여 작품을 본심에 올렸다. 본심 기준을 세분화하여 '1. 율격 운용의 자질 2. 제재 해석의 참신성 3. 시상의 심화 확장성 4. 정서 전달의 효율성'을 준거로 삼았다.

 

본심에서는 동일인의 다른 응모작의 균등한 수준 유지 여부도 참고하면서 거듭 논의를 거쳐 여섯 편을 선정하고, 다시 논의 끝에 '곶감, 먼 길 뜨다' '쉬어가라, 쉬어가라' '횡단보도'를 내려놓았다.

 

최종으로 최정연의 '물의 독서', 나동광의 '낚시', 백윤석의 '돌도끼 리모컨' 세 편 작품의 장단점에 대한 세밀한 검토를 거듭하였다.

 

'돌도끼 리모컨'은 마지막 수인 셋째 수가 시상 확장, 상징성에서 결정적인 아쉬움을 남겼다.

 

나머지 두 작품은 매우 대조적이었다. '낚시'는 원숙미가 돋보이는 흠결 없는 완제품 같이 다듬어졌지만, 그것이 오히려 신선함을 떨어뜨렸다. '물의 독서'는 발랄한 위험성이 있지만, 생동감 넘치는 신선미가 돋보였다.

 

심사위원들은 신춘문예 공모의 전통적 취지를 살리고, 아울러 시조단에 청량감 전파를 위해 작품의 완성도를 우선하기보다 신선한 패기와 성장 가능성에 방점을 찍기로 하였다.

 

특히 당선작 '물의 독서'는 찰랑이는 시어로 이미지를 다양화하고 있다. 시조의 보법을 경쾌하게 운용하는 능숙함, 행갈이와 쉼표 하나에도 많은 의미를 담고자 하는 섬세함을 함께 지녔다. 다만, 최정연 씨 작품들은 자유분방함으로 인하여 시조가 지닌 형식적 미감이 오히려 넘치는 위험성이 있다.

 

 

그러나 이는 작가의 의도적 장치로 앞으로 더 좋은 작품으로 발전할 시조 창작의 소양이 될 것이라는 점에 심사위원들이 의견을 같이했다.

 

심사위원 전연희 서태수 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