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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17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등록일 2017.01.01 21:20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1616

[당선작]

겨울, 횡계리에는

김종호

 

 

횡계리 황태밭에 비린내로 돋는 달빛
송천(松川) 얼음물에 무장무장 뜨는 별빛
영 너머 파도소리까지 에돌다가 매달렸네.
 
눈발 들이치는 목로에 마주앉아
내 배알, 버렸지라, 빈 가슴 두드리던
노인의 시린 등허리가 흔들리고 있었네. 

돌아보면 산문 밖은 모두다 덕대였지, 
한 생애 흔드는 게 눈발이며 바람뿐일까 
노랗게 물들어가다 엇갈리던 환한 꿈들, 

무두태*로 떨어져서 드난사는 동안에도 
코를 꿰인 영혼들이 칼바람에 흔들리며 
노을 진 엄동설한을 건너가고 있었네. 



*건조과정에서 머리가 떨어진 명태.

 

 

[심사평]

"언어를 다루는 적공의 솜씨 탁월해

 

응모작들을 장시간 주의 깊게 읽었다. 그 결과 '풍경을 배접하다', '겨울 수묵화', '스파이더맨', '겨울, 횡계리에는' 등 4편의 작품들을 최종적으로 뽑아놓고 경합을 하게 되었다.
 
'풍경을 배접하다'는 처마에 걸린 둥지 속의 새를 감정이입 함으로써 무허가 주택민이 철거에 직면하고 있는 위기의식을 우의적으로 표현했다. '겨울 수묵화'도 어두운 풍경이다. 겨울을 배경으로 한 노숙자의 절망적 삶에 대한 비탄을 짙게 그리고 있는데, 앞서 언급한 작품과 더불어 소외계층의 상관물을 새의 이미지로 표현하고 있다.
 
이들보다 더욱 진경을 이루고 있는 작품이 '스파이더맨'과 '겨울, 횡계리에는'이다. '스파이더맨'은 영화 스파이더맨을 패러디해 목숨을 담보로 고층건물의 유리창을 닦는 인부를 통해 도심의 그늘진 삶의 측면을 풍부한 상상력과 활달한 언어 구사로써 묘파했다.
 
이에 비해 '겨울, 횡계리에는'은 횡계리 황태 덕장에서 드난살이로 떠돌면서 살아온 한 일용직 노인의 고달픈 현실적 삶의 역정을 회화적 이미지로 조형한 능력이 아주 뛰어났다. 그리고 언어를 부리는 적공의 솜씨가 함께 보내온 다른 작품들 속에서도 역력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장고 끝에 놓치기 아까웠던'스파이더맨'을 두고 '겨울, 횡계리에는'을 당선작으로 결정한 것이다.

 

[당선소감]

"시조의 세계 향한 출발선에 섰다"

 

아직 많이 부족하고 미숙한 제 글에 당선작이라는 커다란 이름표를 달아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 그리고 부산일보사와 담당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한국문학의 지형도에서 시조가 차지하는 비중이 자꾸만 줄어들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제가 시조에 관심을 둔 지는 꽤 오래됐습니다. 20여 년 전 월북 시인 조운(曺雲)의 시조가 보여준 율격 구조의 독창성과 현대시조의 방향성에 대해 논의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시조를 써야겠다는 생각과는 별개로 우리 현대시조를 향한 끈을 놓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남의 글만 가지고 시조에 대해 얘기한다는 게 늘 맘에 걸렸는데, 이제는 시조의 숨결을 전보다는 좀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 비로소 시조의 세계를 향해 달려가려는 출발선에 선 만큼, 더욱 정진해서 시조의 줄기를 튼실하게 가꾸는 데에 힘을 보태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약력:1957년 강원 원주 출생. 춘천교대, 한국교원대 대학원, 강원대 대학원 졸업. 한라대 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