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이거다!" 하고 번쩍 들어 올리고 싶은, 펄펄 살아서 냅다 뛰어오르는 금빛 대어를 찾지는 못했다. 하지만 당선권에 오른 '재활병원', '말 무덤', '뇌졸증', '몽돌' 등은 모두 남다른 면모를 보여주고 있었다.
'몽돌'은 잘 다듬어진 작품이지만 너무 무난했다. 정말 난데없는 반전 같은 결정적인 한 방이 없는 것이 아쉬웠다. '뇌졸증'은 내려놓기가 조금 아까운 작품이었다. 보폭이 활달하고 리듬이 역동적이었다. 거침없는 패기와 실험정신도 남달랐다. 그러나 감정 과잉의 직설적 표현들이 섞여 있는 데다, 자유시와 유사한 과도한 행 갈이로 인하여 신춘문예 당선작으로 밀 수는 없는 일이었다.
'말 무덤'은 말[言]과 말[馬]이 지닌 유기적인 속성을 절묘하게 포착하여 이중적으로 뒤범벅한 작품인데, 말을 주무르는 능력이 탁월하였다. 하지만 '말 무덤[言塚]'이 경북 예천에 실재하고 있는 무덤이어서 신선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재활병원'은 시계방을 소재로 한 작품인데, 제목부터 의표를 찔렀다. 재활에 성공한 시계가 톱니바퀴에 맞춰 어김없이 착착 돌아가듯이, 전체적인 시상 전개가 자연스러울 뿐만 아니라 안정된 가락을 담보하고 있었다.
게다가 세계와 인간에 대한 따뜻한 응시와 메시지를 말의 밖에다 슬며시 담아놓고 있기도 하다. 시계와 사람을 겹쳐놓은 재활의 중층구조를 통해 우리 시대의 곤고한 삶을 조곤조곤 노래하고 있는 이 작품에 당선의 방점을 찍은 연유다.
당선자에게 뜨거운 축하를 드리면서, 앞으로 좀 더 과감하고 담대한 도전을 통하여 큰 시인으로 성장하시기를 기대하는 마음 간절하다. 아쉽게도 낙선한 분들께서는 내년에 3박자를 제대로 갖춘 작품으로 다시 한번 도전해주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