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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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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18년 영주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등록일 2018.01.01 12:49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1254

[시조 당선작]

 

자전거 소개서

 

빗방울은 등에 지고 땀방울은 지르밟아
가락시장 삼십여 년 공손히 함께해온
온몸에 보푸라기가 훈장으로 매달린 너

 

골 깊은 허기에도 비상구 없던 외길
숱하게 부대낀 날 짐받이에 걸어두고
힘차게 달리고 와서 숨 고르는 발동무

 

쭈글해진 두 바퀴에 기운을 넣어주고
다른 데는 괜찮냐고, 아픈 데는 없느냐고
페달과 늑골사이에 더운 손길 얹는다

 

청지기 받침대가 남은 하루 받쳐 들면
윤나는 안장위에 걸터앉은 가을 햇살
소담한 너울가지를 체인 위에 감는다

 

 

▲ 이예인씨(시조부문 당선자) ⓒ영주일보

[당선소감]

<껍질을 깨며>

그리움에 닿는 것은 모서리가 다 닳고 나서야 가늠해볼 수 있는 시간인가 봅니다. 긴 날이었습니다. 먼 길이었습니다. 맹목이었습니다. 형식을 갖춘 절제의 가락 속에 버젓하게 지존하는 언어의 숨결은, 저에게 있어서는 격조 높은 울림이었습니다. 그 울림을 따라 달려오는 길이 즐거웠습니다. 행간의 여백을 추스르는 일은 행복했습니다.

외로이 홀로서서 바람에 흔들리는, 가녀린 들꽃을 위하여 시조를 쓰겠습니다.늦은 만큼 보폭을 늘려 달려가겠습니다.

줄탁을 도와주신 심사위원님과 당선의 영예를 안겨주신 영주일보에 감사드립니다. 오는 길을 잃지 않게 이끌어주신 마음의 스승님과 숭의여대 문창과 교수님들 고맙습니다.

하늘에 계신 오빠께 소식 올립니다.

끝으로, 숲속동화마을 가족들, 그리고 저를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과, 만학의 길에서부터 오늘까지 든든한 버팀목으로 늘 힘이 돼준 가족들에게 감사하며, 한층 거듭난 좋은 모습으로 다시 설 것을 감히 약속합니다. 고맙습니다.

*약력

1950년 충남 홍성출신
2015년 숭의여대 미디어문예창작과 졸업
2016년 샘터시조상 대상외 다수
서울시 송파구중대로24 훼미리타운225동1104호

 

[시조부문 심사평]

“선명한 이미지를 전달하고 있는 ‘자전거 소개서’ 최종 낙점”

 

인터넷신문에서 신춘문예를 공모하는 곳은 영주신춘문예가 유일하다. 올해로 11회째를 맞고 있는데 해가 갈수록 관심과 열기가 더해져 시조 부문에만 120명이 응모를 해 작품 수만도 445여 편이 되었다. 작품수의 양적 팽창이 시조의 내적 발전과 비례한다고는 할 수 없으나 시조 창작자의 외연이 넓어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마땅히 반갑고 기쁜 일이다. 흰 편지봉투에서부터 규격도 색깔도 각각인 서류봉투를 하나하나 뜯으며, 보낸 사람만큼이나 기대감에 설렜고 떨렸다. 허나 시조의 정형에 대한 이해가 없는 시편들이 꽤나 있어서 안타까웠던 것도 사실이다.

 

당선권의 반열에 1차로 오른 작품은 이상구의 ‘달맞이꽃 보법’ 이예연의 ‘자전거 소개서’ 문혜영의 ‘감나무 편지’ 고윤석의 ‘24시 포구’ 강예담의 ‘봄’ 이었다. 이 다섯 편 중 한 편만을 골라내기란 여간 고심이 되는 게 아니었다. 어느 한 작품이 특별히 뛰어나서 확 끌어당기는 게 없었기 때문이다. 작년에도 시조부문은 ‘당선작 없음’으로 결론이 났음을 알기에 더 고심이 되었다.

 

신춘문예 이름값의 상징처럼 신선함이 돋보이거나 균일한 수준의 작품으로 안정감과 신뢰감을 주는 쪽에 가점을 주고 이상구의 ‘달맞이꽃 보법’ 이예연의 ‘자전거 소개서’ 두 편을 최종심에 올렸다. 두 작품의 우열을 가르기가 너무나 힘들었음을 고백한다. 주제의 범위도 구체적이고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을 집약함으로써 감동을 더함과 동시에 선명한 이미지를 전달하고 있는 ‘자전거 소개서’로 최종 낙점을 했다.

 

‘자전거 소개서’는 화자와 오랜 세월을 함께 한 자전거와의 교감이 애잔하게 묻어나는 작품이다. 네 수까지 자연스러운 호흡으로 끌어가면서 정형의 그릇 안에 다소곳이 앉힌 품이 편안하고 안정적이다. 아쉬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나 측은지심으로 상대를 대하는 따스한 마음이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당선자에게는 축하를 보내고, 이번에 기회를 얻지 못한 분들에게는 건필과 문운을 바란다. <심사위원 김영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