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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17년 중앙신인 문학상 - 시조부문 등록일 2017.02.06 19:20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1696

구두도 구두를

이가은

 

 

누가 벗어놓고 간 오목한 마음일까

조금 더 깊어지면 바닥에 닿을지도

 

발들은 지금 외출 중, 구두끼리 모였다

 

다른 길 걸어와도 아픈 건 같았구나

상처에 광을 내면 오래 빛날 별이 된다

 

마른 천 손가락에 둘러 그러안고 닦아준다

 

구두도 구두를 벗어보고 싶었을까
부르튼 밑창 대신 홀가분한 맨발로

 

헐거운 내일이라도 성큼성큼 가봤으면!

 

 

이가은

 

1983년 울산 출생. 동국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현재 교보생명 홍보팀 근무.

  

[심사평 ]

 

김태경과 이가은의 작품이 마지막까지 남았다 . 먼저 김태경은 추구의지에 비해 대상과의 거리감을 둔 것이나 다른 작품의 미흡한 점이 지적되었다.

 

시선은 이가은의 작품으로 쏠렸다 . 우선 발랄한 상상력에서 출발하여 이미지 중심의 의미결속력이 돋보였다 .

 

새로운 화법을 소개하는 그의 미래에 주목하였다. 당선작 '구두도 구두를'에서 '구두'는 몸 혹은 삶에 대한 환유이자 상징이다 .

 

벗어놓고 간 구두에서 오목한 마음상처를 찾아내는 인식력은 비유를 한 차원 더 심화시킨다. 전환부인 다른 길 걸어와도 아픈 건 같았구나에서 타자연관성을 확보하면서 생의 아포리즘을 결속해낸다 .

 

셋째수의 돌연한 전복적 지점인 구두도 구두를 벗어보고 싶었을까는 자명한 것에 대한 탈은폐 작업이며,삶의 무게에 침식당하지 않는 건강한 사유를 뒷받침한다. 신인상 당선을 축하드리며 변함없이 자기세계를 개척해 나가길 바란다.


 

심사위원 =박권숙 ·박명숙 ·염창권 ·이달균 (대표집필 염창권 )


 

[당선소감 ]

 

발에 자꾸 채이다 보니 어느덧 어디로 굴러가게 될 까 , 기대하는 돌멩이가 되었다 .

 

가만히 숨죽이고 있었는데도 숨이 죽지 않았다. 화가 날수록, 하고 싶은 말이 늘어날수록 입을 굳게 다물었다 . 안으로만 삼켜온 소리가 조금씩 새어 나와 연약한 시조가 되었다 .

 

돌멩이에게 누가 구두를 신겨 준 걸까 . 또각또각 소리 낼 수 있지만 뒤꿈치를 바짝 들고 나아간다 .

이렇게 걷는 일이 쓰는 일이라 믿어 왔다. 가만가만 속삭이면서도 리드미컬한 소리를 갖고 싶었다. 똑바로 걸을 때보다 절뚝이며 한 걸음씩 뒤처질 때 가락이 붙고, 여백이 생겼다. 말을 아껴서 그림자를 만들고 그 안에 덩그러니 혼자 있어도 이상하지 않아서 좋았다, 시조는 .

 

나는 조금, 많이 운이 좋은 돌멩이가 된 기분이다. 시린 계곡에 손 집어넣어 가라앉은 돌멩이를 밖으로 꺼내준, 다 젖은 소매 끝으로 젖은 얼굴을 닦아준 사랑하는 모든 돌멩이께 깊은 껴안음을 전한다.

어눌하고 불완전한 돌멩이는 따뜻한 자세가 되고 싶다. 계속 웅크리고 있기로 한다. 투명한 뼈가 자랄 때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