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말
  • 시조나라 작품방
시조감상실
  • 현대시조 감상
  • 고시조 감상
  • 동시조 감상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신춘문예/문학상
  • 신춘문예
  • 중앙시조백일장
제주시조방
  • 시조를 읽는 아침의 창
시조공부방
  • 시조평론
휴게실
  • 공지사항
  • 시조평론
  • 시조평론

중앙시조 백일장

Home > 수상작품실 > 중앙시조백일장
제목 2021년 05월 중앙시조백일장 수상작 등록일 2021.07.30 17:33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450

〈장원〉

헌책방
-조우리
 
신전의 유품들을 간신히 잡고 있는
양장본의 누떼들이 절판의 강을 건너
필사를 다시 시작할 그믐을 만들었다
 
세기의 판타지를 활줄로 매어두면
눈이 밝은 대낮 가고 뼛조각 같은 해거름
화물칸 고전을 싣고 직유로 에돌아온다
 
읽다가 취하다가 세계를 떠돌다 온
총명한 페이지가 눈시울을 건너올 때
일평생 장마 같았던 스테디셀러 한나절
 
◆조우리
조우리

조우리

1983년생. 2003년 6월, 2014년 8월 중앙시조백일장 장원. 글쓰기학원 강사

  
 

〈차상〉

몸詩
-최재선 
 
시집(屋)에 사는 언어 詩로만 알았는데  
ㅅ 字로 꺾이어서 제비꽃 이마쯤인
울 엄니 간당간당한 허리춤도 詩인 걸
 
오뉴월 가문 날에 뼈 풀린 풀잎같이
ㄱ 字로 돌아 굽어 휘어진 아버지 등
세월로 일필휘지한 표절 불가 詩인 걸  
 

〈차하〉

그림 한 점
-김철주 
 
해가 그린  
오월 초록
붓끝으로 이는 바람
 
따스함  
농도 더해
구도 한층 익어가고
 
한소끔
시간을 저어
빛과 어둠 지나다 
 

〈이달의 심사평〉

계절의 여왕 5월, 짙어 오는 초록과 눈부신 꽃의 향연에 천지가 혼곤히 우거지는 달이다. 넘치도록 빛나는 계절의 생명력에 비해 이달의 응모작은 그 부피와 질이 좀 얇은듯하여 아쉽다.
 
이번 달 장원 자리에는 조우리의 ‘헌책방’을 앉힌다. 첩첩 세월을 품은 책방. 그 시간과 공간이 교차하는 사유의 세상으로 독자를 끌어들이는 흡인력이 돋보였다. ‘신전의 유품들’이라는 첫 도입부터 오래됨과 경건함의 냄새를 진하게 풍긴다. 절판된 양장본, 화물칸의 고전, 세계의 스테디셀러를 흑백 카메라로 훑는 섬세한 힘을 느끼게 한다. 각 수의 유기적인 연결성에 좀 더 고민했더라면 한 편의 시가 한 권의 고서적과 무게를 같이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차상에는 최재선의 ‘몸시(詩)’다. ‘몸시’는 일찍이 정진규 시인의 저 유명한 산문시로, 시인이 만들어낸 고유한 조어(造語)라고 할 수 있고, 이미 성공한 시의 흔하지 않은 제목을 그대로 쓰는 것도 매우 조심스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참신하고 세련된 작법이 눈길을 끌었다. 시각적인 효과를 노린 한글 자음 사용은 완전히 낯선 작법은 아니라고 해도 새로운 시도라는 점, ‘ㅅ’자로 간당간당해지고 ‘ㄱ’자로 굽은 어머니 아버지의 몸을 ‘표절불가 시’로 해석한 마지막 부분이 인상적이다. 세상 모든 자식들이 부모님께 바치는 사무치는 헌사로 읽혀진다.
 
차하에는 김철주의 ‘그림 한 점’이다. 제목 그대로 5월 한낮을 크로키하듯 잡아내어 작은 액자 속에 단정하게 앉힌 작품이다. ‘그린’ ‘붓끝’ ‘구도’ 등의 시어들을 적절히 활용하여 깔끔한 그림 한 점을 그려냈다. 감각적인 종장 처리 또한 이른바 종장의 미학을 잘 이끌어내었다.
 
김영수 박숙경 한영권의 작품들을 두고 선자들의 토론이 있었음을 밝히며 정진을 바란다.
 
강현덕, 서숙희(대표집필) 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