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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조 백일장

Home > 수상작품실 > 중앙시조백일장
제목 2021년 10월 중앙시조백일장 수상작 등록일 2021.11.16 16:29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426

[중앙 시조 백일장] 10월 수상작

 

〈장원〉

 

가위

 

-김현장

 

 

전설에 의하면 조상 중 한 분이
쌍칼에 사북 꽂고 보자기를 베려다가
짱돌의 매복에 걸려 불구가 됐다지요

 

일용직 아버지가 잘려나간 그 날에도
할머니는 가위로 마른 고추 잘랐어요
맵고도 노란 생 하나, 밤하늘의 별로 떴죠

 

가끔은 잘못 베어 바늘 할미 꾸중 들어도
엄지와 검지 사이 희망을 끼우고서
엿장수 가위질처럼 아침 햇살 자릅니다

 

 

◆김현장

김현장

전남대 수의학과 졸업. 강진 백제동물병원장. 경기대 한류문화대학원 시조창작전공 석사 재학. 2019년 11월, 2020년 7월 중앙시조 백일장 장원.

 

 

〈차상〉

 

비보잉

 

-하빈

 

 

광장에 흩어진 꽃 윈드밀로 아우르고
빌딩 그늘 굽은 나무 탑락으로 곧추세워
비탈에 진달래 피듯 붉디붉은 저 고집

 

품은 뜻 하늘이고 노닐 곳 광야인데
지구를 공기 놀리듯 손바닥에 올려놓고
침묵의 거대한 말씀 푸른 봄의 사자후

 

뜨거운 핏줄들이 은하로 흘러들면
보아라 질풍노도 빅뱅의 뜨거운 기억
동방의 고요한 나라 숨겨뒀던 마그마

 

*윈드밀=비보잉에서 원심력을 이용한 스핀 류의 춤사위
**탑락=서 있는 상태로 비트에 맞춰 자신만의 스텝을 밟는 것

 

 

〈차하〉

 

미륵사지 석탑
-홍성철

 

 

왕도王都의 꿈 금마에는
무시 못 할 사내 있다
깨어진 몸뚱어리
아무렇게 징거매고
무왕의
담대함 닮아
천 년 버틴 자존감

 

일제日帝의 덧게비친
누더기 벗어던지니
무너진 모습에도
장부의 혼 살아있어
터엉 빈
미륵사 터를
보란 듯이 채우고

 

 

〈이달의 심사평〉

 

이달 장원은 김현장의 ‘가위’다. 가위질 잘못했다가 불구가 된 조상의 이야기를 첫 수에 배치하여 잘리고 자르는 한 집안의 서사를 그려냈다. 그러고 보면 가위질을 한다는 것은 쌍 칼질을 한다는 것이다. 그냥 칼질이 아니고 쌍 칼질이다. 그것에 아버지는 베여 실직되었다. 그러나 가족들은 주저앉지 않았고 “마른 고추”와 “아침 햇살”을 자르며 희망적인 삶을 이어나간다. 셋째 수에서는 ‘규중칠우쟁론기’를 연상하게 하는 유쾌함까지 더해 단단한 시적 내공을 짐작할 수 있게 하였다.

차상은 하빈의 ‘비보잉’이다. 우리 비보이들의 실력 또한 세계 정상급이라 “비탈에 진달래 피듯 붉디붉은 저 고집” “숨겨뒀던 마그마” 등의 신선한 묘사가 적확한 듯 반갑다. 그러나 “질풍노도” 같은 고사성어나 “동방의 고요한 나라” 같은 관용어가 된 낡은 언어들도 함께 운용되고 있어 활달한 감각에 아쉬움을 남겼다. 차하는 홍성철의 ‘미륵사지 석탑’이다. 아름다운 석탑을 ‘무시 못 할 사내’로 의인화하여 백제의 우아하고 강인한 위엄을 보여주고 있다. 구성과 이미지는 무난했으나 이 역시 시어 선택에서 좀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할 듯하다. 시적 에스프리는 시어에서 온다. 남궁증의 ‘가을, 아프간’과 황남희의 ‘달 자전거’도 오랫동안 거론했음을 밝힌다.

 

심사위원 : 최영효, 강현덕(대표집필) 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