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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조 백일장

Home > 수상작품실 > 중앙시조백일장
제목 2021년 09월 중앙시조백일장 수상작 등록일 2021.10.16 20:23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411

[중앙 시조 백일장] 9월 수상작

 

〈장원〉

 

아버지


-오은기

 

‘조금만 더 기다려 줍서’
‘샛년 지금 감수다’
돈내코 굽이굽이 돌아드는 물결처럼
화급한 나의 마음을 신호등이 막아선다

왜 이러나,
두 달 전 쯤 간 장마가 왜 또 이러나
일본 중국 거덜 냈으니 다시 우리 차례라고
온종일 가을배추가 잠기도록 비가 온다

저녁 일곱 시 쯤 느닷없는 어머니 전화
세상에 눈 감는 일
‘조금만 더 기다려 줍서’
오늘이 생신이신데 뭐가 그리 급하신지요?

 

◆오은기 제주 서귀포시 효돈동 출생. 정드리 문학회 회원.

 

 

 

〈차상〉

 


-한영권

 

 

 

 

가을은 목이 타는
금불초로 왔다가

가슴에
불 질러놓고
아우라지구절초로

구절초
마디마디마다
구구절절 사연 남기고

 

 

〈차하〉

 

AI 문맹


-오대환

 

손톱만한 칩 속에 태산을 넣고 남는
가상우주 새 지평이 자고나면 열리고
피조물 명령에 따라
인간들이 움직인다

空想이 假想으로 실현되는 AI시대
공부는 하지 않고 세월로 먹은 나이
섣불리 나섰다가는
AI문명 청맹과니

 

 

<이달의 심사평>

 

시조는 형식 자체가 하나의 우주율이라고 했다. 모호한 듯 선명한, 겉말은 쉽고 속뜻은 어려운, 할 말이 많아서 짧은, 누구나 알지만 아무나 쓸 수 없다고 했다. 덧붙여서 시조는 형식 안의 자유를 추구한다.

이달의 장원으로 오은기의 ‘아버지’를 올린다. 시는 어렵지 않고 재미있어야 한다. 정작 속뜻은 어렵다. 추상과 관념을 걷어낸 사상을 구체적으로 이미지화 했다. “왜 이러나”로 시작하는 둘째수는 “가을배추”라는 객관적 상관물을 통한 죽음에 임박한 아버지의 대비가 선명하다. 특히 종장은 언듯 평이한 언술 같지만 생명에 대한 외경감이 아리도록 스며있다. 차상으로 한영권의 ‘갈’을 선했다. 말에는 우리가 담아낼 수 없는 색깔과 향이 있다. 아니나 다를까, “가슴에 불 질러놓”는 “아우라지구절초”다. 정선아우라지는 까닭도 많은데 같은 이름을 포착해 외연을 변용한 솜씨가 맵다. 차하로 오대환의 ‘AI문맹’를 택했다. 서정 일변도에서 단조롭지만 주지적 과학적인 소재에 시대적 역설을 담고 있다. 오늘의 첨단 문명이 내일엔 느닷없는 문맹이 된다. 어제의 가상이 오늘의 현상으로 실현되기 때문이다. 김현장·남궁증·김은희 제씨들의 안타까운 분루 속에 더 크고 끝없는 분투를 기대한다.

심사위원: 최영효(대표집필)·김삼환 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