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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조 백일장

Home > 수상작품실 > 중앙시조백일장
제목 2021년 08월 중앙시조백일장 수상작 등록일 2021.09.16 16:16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391

[중앙 시조 백일장] 8월 수상작

 

 

〈장원〉

이팝나무 꽃

-김정애

 

 

개밥바라기 주린 별이

당오름에 걸린 그 날

밥풀떼기 계급 달고

지뢰밭 철원을 넘어

반평생 가는 귀 뜬 채

살다 가신

아버지

 

 

◆김정애

 

제주시조시인협회 회원, 2017년 제주일보지상백일장 차하, 2019년 8월 중앙시조백일장 장원.

 

 

〈차상〉

 

꽃무늬 셔츠

-홍외숙

 

ㄱ자로 꺾인 등 모로만 눕는 노인

굴곡진 한평생을 촘촘히 구겨 넣고

노을이 쉬다 간 등 언덕

활짝 핀 꽃무더기

 

 

〈차하〉

찢어진 화폭

-서배겸

 

 

빌딩에 등 떠밀려

뭉개진 초록 전원

못안골 민물장어

바싹바싹 목이 타서

뻘판에

상소 쓰느라

초서체를 갈긴다

 

 

〈이달의 심사평〉

 

 

시조의 진수는 단수시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수시조는 갈고 다듬은 간결한 시어로 3장 6구라는 리듬과 형식을 타고 완결된 시조의 본질을 담아내는 함축미가 뛰어나다. 연시조는 많은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는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나, 단수시조에 비해 자칫하면 긴장이 풀어지고 시적 완성도가 떨어지기 쉽다는 점을 신인들은 유의해야 한다.

이달의 장원으로 김정애의 ‘이팝나무 꽃’을 올린다. 단수시조 한 편에서 시어 하나 하나의 의미를 풀어내면 책으로 써도 족히 한 권 분량이 되는 아버지의 일생을 읽는다. 초장의 서정적 울림이 강렬한 이 작품에서 ‘이팝나무 꽃’과 장교를 상징하는 ‘밥풀떼기 계급’은 이미지가 동일하다. ‘지뢰’가 가득한 철원의 전장을 누빈 아버지는 전쟁터의 신음을 평생 안고 살았다. ‘이팝나무 꽃’을 보며 아버지의 삶을 생각하는 화자의 눈시울이 촉촉하다.

차상에는 홍외숙의 ‘꽃무늬 셔츠’를 놓는다. 허리가 굽어 ‘모로만 눕는’ 노인의 ‘굴곡진 한평생’을 섬세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누군들 생의 고비 고비마다 속 깊은 사연이 없겠는가마는, 허리 굽은 노인의 등을 보는 화자의 시선이 유달리 따뜻하다. 종장의 ‘노을이 쉬다 간 등 언덕’ 같은 탁월한 묘사가 이 작품을 살려놓고 있다.

차하로는 서배겸의 ‘찢어진 화폭’을 뽑는다. 그림 같은 전원이 난개발에 밀려나고 시달리는 환경을 풍자했다. ‘찢어진 화폭’의 모양과 ‘민물장어’의 몸짓과 ‘초서체’의 이미지를 일관되게 밀고 나간 힘이 범상치 않다. ‘민물장어’가 ‘뻘판에 상소를 쓰’는 현실을 어찌해야 할 것인가! 이달에는 대체로 우수한 작품이 많았다. 특히 배순금, 박영구, 이은영, 한영권, 한승남의 작품을 내려놓기 어려웠다. 정진을 바란다.

 

김삼환(대표집필), 최영효 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