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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조 백일장

Home > 수상작품실 > 중앙시조백일장
제목 2020년 05월 중앙시조백일장 수상작 등록일 2020.06.03 19:21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473

〈장원〉

어느 등짝 
-김미영
 
누가 이 섬 안에 부려놓은 바위인가
녹동항 배에 실려
아버지 등에 실려
열세 살 소년의 눈에 여태 남은 어느 등짝
 
여기까지 업고와 등을 돌린 그믐달
칠십년 흘렀지만 단 한번 보지 못한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  
그리운 서울 한쪽    
 
창파에 떠 있지만 소록소록 소록도
한센병의 섬에도 연애질은 있었나보다
눈 한쪽 귀 한쪽 없어도 比翼鳥 사랑은 남아  
 
때마침 후드드득 한소절의 소낙비  
팔뚝에 낀 우산으로 외려 나를 받쳐준다
한시도 내리지 못 한 십자가 같은 저 등짝  
  
◆김미영
김미영

김미영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재학중. 2019년 8월 중앙 시조 백일장 차상. 서귀포문학작품 전국 공모전 가작.

 
 
 
 
 
 

〈차상〉

드라이브 스루
-김경아
 
뫼비우스 띠를 따라 용케 잘 오셨습니다
우주행 티켓은 마침 두 장 남아 있군요
당신의 홍채 인식이 결재를 끝냈습니다
 
이곳의 티 메뉴는 블랙이 전부입니다
쓴맛에 뺏긴 시선 흔들림을 유념하세요
목적지 가는 동안은 구매취소 불가입니다  
 
유리벽 사이 두고 봄 색채 지워졌다고요
여기선 기계음만이 대화가 허용됩니다
다음에 찾게 될 때는 무선 헬멧 쓰세요
 

〈차하〉

격세지감隔世之感 
-김나경
 
‘개’라는 접두사의 질기고 긴 수난시대
시고 떫고 맛없다고 개살구 개복숭아
이것 참 개만도 못한, 푸념에나 달려있던
음지도 양지된다는 옳거니 맞는 말씀
21세기 신조어엔 칭찬으로 딱 붙어서
개좋아, 개맛있단다 개잘났어, 개만세!
 

〈이달의 심사평〉   

서로 얼굴을 쳐다보기가 민망하고 상대방에게 비치는 나의 모습이 참으로 기괴하고 머쓱한 시절을 살고 있다. 모두에게 충격이 컸음이리라. ‘코로나19’를 주제로 투고작이 많았지만 이를 내면화하기에는 너나없이 더 많은 사유의 천착이 요구되는 것 같다.
 
이 달의 장원으로는 김미영의 ‘어느 등짝’을 놓는다. 한 많은 비사를 간직한 소록도를 배경으로 어느 한센인의 한 생을 담담하되 서럽게 노래했다. 섬 안에 있는 어떤 ‘바위’와 소년이 느끼는 ‘아버지 등’ 을 등치시켜서 행간에 감춘 묵직한 서사를 아프고도 서럽게 토해내고 있다. ‘등을 돌린 그믐달’ 아래서 ‘팔뚝에 낀 우산’으로 ‘비익조 사랑’을 한 눈물겨운 이야기를 풀어낸 솜씨가 비범하다. 차상에는 김경아의 ‘드라이브 스루’를 올린다. 뉴스에 많이 등장하는 ‘드라이브 스루’라는 용어를 제목으로 앉혀놓고 짐짓 시치미를 떼듯 ‘코로나19’ 검진의 우울함보다는 디지털 시대의 생기발랄함을 표현했다. 차하에는 김나경의 ‘격세지감’을 선한다. ‘개’라는 접두어의 쓰임에 관한 이야기다. ‘개’라는 접두어의 변화에 대한 시인의 시선이 생각 좀 하고 살라는 충고인 것만 같다. 살기 힘든 시기에도 투고자가 많은 것은 시가 삶을 위로하는 하나의 방편인 듯해서 매우 고무적이다. 신영창, 김문진, 선관종, 조우리의 작품을 끝까지 관심 있게 보았다. 정진을 바란다.
 
심사위원: 강현덕·김삼환(심사평: 김삼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