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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조 백일장

Home > 수상작품실 > 중앙시조백일장
제목 2020년 08월 중앙시조백일장 수상작 등록일 2020.08.27 11:12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400

〈장원〉

군밤
-정두섭
 
로데오 사거리다 크리스마스이브다  
죄 많은 이브가 화덕을 끌어안고  
두봉토 오처넌, 떠리  
밤을 깐다 밤은 깊다 
 
얼어 죽은 눈 나린다  
얼어 죽을 눈 나린다  
아직 몇 봄 남은 이브가 건네는 밤  
한봉토 삼처넌, 개팽  
아직 몇 봉 남았다  
 
◆정두섭
정두섭

정두섭

인천 출생. 서해종합건설 재직. 2019년 신라문학대상(시조), 2015년 시마을문학상(시) 수상.

 
 
 
 
 
 
 

〈차상〉

예덕나무
-양상보 
 
이 봄날 또 누구를 홀리려는 것일까
서귀포 삼매봉 자락 슬며시 건너와서
어린 잎 가장자리에 립스틱을 바른다
 
서울의 청춘일 때 청량리 골목에도
저렇게 입술들이 떠도는 것을 봤다
밤마다 배고픈 별빛 훔쳐내고 싶었다 
 
예덕아, 내 첫사랑 이름 같은 예덕아
노인성도 춘분이면 남녘 하늘 뜬다는데
한 평생 못 다한 말이 입술 끝에 떠돈다
 

〈차하〉

소 
-오대환 
 
물난리로 강물에 떠내려갔던 소들이
우생마사 그말처럼 기적같이 살아왔소  
감격에 겨워 그 큰 눈
그렁그렁 하였소
 
소를 찾은 주인이야 한없이 기쁘지만
집을 잃은 소들은 어디로 가야겠소?  
갈 곳은 뻔하지 않소
살았어도 무섭소
 

〈이달의 심사평〉 

코로나19에 장마까지 겹쳐 세상이 온통 아수라인데 용케도 응모작들이 풍성하다. 새로운 이름들을 만나는 기쁨과 보편적 심상으로 심화시킨 작품들을 만났다.
 
장원은 정두섭의 ‘군밤’으로 택한다. 구체적인 현장 속에서 발로 쓴 시조다. 대상을 먼 눈으로 바라보지 않고 가슴으로 보듬고 있다.  
 
시어 역시 선택의 여지없이 현장에 담긴 “두봉토, 오처넌, 떠리, 개팽”과 같은 날것이다. 모든 수사가 허구와 상상이 절제된 상태에서도 “얼어 죽은 눈 나린다 얼어 죽을 눈 나린다”는 겨울밤의 정경이 오히려 선자의 가슴을 뜨겁게 한다.
 
차상으로 양상보의 ‘예덕나무’를 올린다. 쓸모없는 것들의 쓸모 찾기가 시라고 했다. 속살을 짚어보면 예덕나무의 햇닢이 립스틱 색깔을 닮았나보다. 더 나아가 청춘과 첫사랑을 떠올리고 남국의 노인성에 “못 다한 말”이 떠돈다. 여린 촉수 하나로 이만한 상상력을 빚는 솜씨가 비범하다.  
 
차하로 오대환의 ‘소’를 택한다. 이번 장마에 TV를 통해 보았던 시선을 포착했다. 사소한 것을 붙잡는 촉이 미덥고 이미지의 조형력이 뛰어나다. 시의 중심은 타자가 아닌 자신이라는 군말과 함께 문영 김재용 유정숙 제씨의 작품들을 응원하며 기대한다.
 
심사위원 : 최영효·이종문(심사평 : 최영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