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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조 백일장

Home > 수상작품실 > 중앙시조백일장
제목 2020년 09월 중앙시조백일장 수상작 등록일 2020.10.09 20:15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406
튜브 배꼽 
-이미순   

     
 
언제나 나는 나를 이겨내지 못한다
바람 든 여자같이
바람난 여자같이  
옆구리 빵빵한 뱃살이 튜브라면 좋겠다
 
오늘 아침 식단은  
차라리 풀밭이다  
군고구마, 단호박, 돌미나리, 가지나물  
가끔은 공기밥 절반 요거트는 간식이다
 
체중계 올라서면 눈썹마저 뽑고 싶다
백로나 왜가리처럼 한쪽 발도 들어보고
수류탄 안전핀 뽑듯
튜브 배꼽 빼고 싶다
 
◆이미순
이미순

이미순

전남 영광 출생. 전 학습·진로 코칭강사, 현재 서귀포 감귤체험 농장 운영. 문학모임 ‘새섬’회원

 
 
 
 
 
 

〈차상〉

오감 퐝퐝 죽도시장  
-박숙경
 
동빈 다리 건너와 어판장에 걸린 아침
서귀포를 떠나온 은갈치와 반짝이면
해풍은 입김을 풀어 아가미를 녹인다
 
몇 차례나 관통했던 천둥 번개 떠오르면
사내의 두 귓불은 갈수록 더 발개져
단칼에 원근해를 잘라 봉지 속에 가둔다
 
하루를 마무리한 사내의 등줄기엔
국밥집 귀퉁이의 나팔꽃이 또 업혀서
비릿한 숨 다독이며
어스름을 걷는다 
 

〈차하〉

그믐달
-안금자  
  
 
휘영청  
밝은 날에
맺었던 언약인데
 
세상을  
지나오며
시나브로 빛이 바래
 
이제는  
야윈 모습의
은가락지 되었네 
 

〈이달의 심사평〉 

 

전 인류를 공포와 전율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는 코로나 사태에다, 그 유례를 찾기가 힘든 지난 여름의 기나긴 장마 탓인지 이번 달엔 작황이 다소 부실한 것 같다.
그런 가운데서도 끝까지 뿔을 다투었던 몇 편의 작품을 두고 이모저모를 살펴본 끝에, 이미순의 ‘튜브 배꼽’을 장원으로 뽑았다.
 
‘튜브 배꼽’은 무엇보다도 슬며시 웃음을 유발하는 해학적 표현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특히 마지막 수의 “체중계 올라서면 눈썹마저 뽑고 싶다”와 같은 표현 속에서 다이어트에 목을 매고 있는 작중 화자의 심리 상태가 대단히 익살스럽게 포착되어 있다.
 
같이 보내온 ‘위미리 동백숲’도 좋은 작품이었으나, 외부인에게는 매우 생소한 제주도 고유어가 너무 많이 구사되어 가독성을 떨어뜨린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차상으로는 박숙경의 ‘오감 퐝퐝 죽도 시장’을 골랐다. 제목 속의 ‘퐝퐝’은 ‘포항포항’을 의미하는 지역의 언어인 동시에 포항 죽도시장의 생기발랄함을 표현하는 의성어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제목에 걸맞게 살아서 펄펄 뛰는 시장판의 생동적인 모습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한 사내의 힘들지만 건강한 삶을 별다른 무리 없이 노래하고 있다.
 
차하로는 안금자의 ‘그믐달’을 뽑았다. 세태의 변화를 휘영청 둥글던 보름달이 은가락지 같은 그믐달로 변화하는 과정에다 비유한 작품인데, 평범하지만 고전적인 격조 같은 것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심사위원 : 이종문(대표집필), 최영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