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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조 백일장

Home > 수상작품실 > 중앙시조백일장
제목 중앙시조백일장 2019년 05월 수상작 등록일 2019.08.08 09:59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497
<장원>
초록 자전거
-최여경
 
골목을 달려 나온 탱탱한 바퀴 두 개
누구와 약속한 듯 강둑길 달려간다
코끝에 와 닿는 바람 손 흔드는 물억새
 
더러는 과속으로 추월을 하다가도
내리막 브레이크 잡아 보면 알 수 있다
급정거 전복하는 삶 움푹 패인 덫 있다
 
초록의 그리움이 신호등 밝혀 든다
바큇살 반짝이는 지난 궤적 감아 대면
하늘로 치솟는 의지 직립하는 날들이다
 
◆ 최여경
최여경

최여경

1963년 경북 포항 출생. 2012년 울산시민문예대학 시조강좌 수료. 제18회 울산시조백일장 장원. 제26회 울산산업문화축제 시조부문 최우수상.

 
 
 
 
 
<차상>
위미리 동백나무
-도미솔
 
얼부푼 그
얼부푼 그 서러움 침묵으로 풀어냈나
붉은 밤 혓바닥이 동전처럼 떨어져도
된바람 남몰래 삼켜 아침을 궁글린다
 
거친 과거 품고 산 낮은 돌담 밖에서
오늘은 힘을 모아 뜨거운 힘 게워내
불면이 고인 자리에 봄 햇살 들앉히고
 
칠흑 같은 현기증 모두 지운 봄처럼
응달로 깊어져 간 아린 상처 어루만져
푸르게 솟구쳐 올라 하늘 속을 밝힌다
 
<차하>
그 거리
-이갑열
 
염천교를 비껴 돌면 올망졸망 구둣방들
중학교 입학축하로 구두를 맞춰 신던 날
건너간 수십 년 전의 발자국이 서려있다
 
새 신발에 흙 묻을까 조심조심 걷던 걸음
콧등 시린 옛 시간이 꿈결인 듯 달려 나와
이곳을 지나칠 때면 내 발이 작아진다  
  
<이달의 심사평>
장원에 오른 최여경의 ‘초록 자전거’는 신록의 움트는 기운을 “자전거”를 타는 동적인 율동감에 대유하고 있다. “움푹 패인 덫”과 같은 생의 우여곡절을 함축하면서도 속도감 있게 시상을 전개해 나간다. 이 시에 내재된 긍정의 힘은 ‘자전거 타기’라는 동적인 율동감에 의해 탄력을 받는다. 이윽고
끝에 이르러 현재의 충만한 기운은 “직립하는 날들”이라는 시적인 순간으로 분출된다.
 
차상으로 도미솔의 ‘위미리 동백나무’ 를 올린다. 피어 있는 꽃잎보다 한숨 뚝 진 꽃에 마음이 가는 것은 이 땅에 뿌려졌을 피의 역사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거친 과거”를 가진 역사이지만 “힘을 모아 뜨거운 힘 게워내”는 동백꽃과 같은 생명력에 의해 치유되어간다는 긍정의 헌사이다. 그러나 관찰자적 입장에서 한 서린 역사를 붉은 꽃잎에 단순하게 대입시킨 것은 상투성에 빠질 우려가 있다. 차하에는 이갑열의 ‘그 거리’를 올린다. 장소애(topophilia)를 환기시키는 “그 거리”에서 나는 “구두를 맞춰 신”으며 성장기를 거쳐 왔는데, 이로 인해 “발자국”은 기억을 환기시키는 관념이자 생애의 표상이 된다. 종결부에서 “내 발이 작아진다”는 단순한 회고적 관점이 시의 함량을 떨어뜨린다.
 
이밖에도 남궁증
임다인, 김미영, 이진경 등의 작품이 끝까지 경합을 벌였다.
 
심사위원: 염창권·이종문(대표집필 염창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