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에 이르러 현재의 충만한 기운은 “직립하는 날들”이라는 시적인 순간으로 분출된다.
차상으로 도미솔의 ‘위미리 동백나무’ 를 올린다. 피어 있는 꽃잎보다 한숨 뚝 진 꽃에 마음이 가는 것은 이 땅에 뿌려졌을 피의 역사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거친 과거”를 가진 역사이지만 “힘을 모아 뜨거운 힘 게워내”는 동백꽃과 같은 생명력에 의해 치유되어간다는 긍정의 헌사이다. 그러나 관찰자적 입장에서 한 서린 역사를 붉은 꽃잎에 단순하게 대입시킨 것은 상투성에 빠질 우려가 있다. 차하에는 이갑열의 ‘그 거리’를 올린다. 장소애(topophilia)를 환기시키는 “그 거리”에서 나는 “구두를 맞춰 신”으며 성장기를 거쳐 왔는데, 이로 인해 “발자국”은 기억을 환기시키는 관념이자 생애의 표상이 된다. 종결부에서 “내 발이 작아진다”는 단순한 회고적 관점이 시의 함량을 떨어뜨린다.
이밖에도 남궁증 임다인, 김미영, 이진경 등의 작품이 끝까지 경합을 벌였다.
심사위원: 염창권·이종문(대표집필 염창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