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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조 백일장

Home > 수상작품실 > 중앙시조백일장
제목 2020년 02월 중앙시조백일장 수상작 등록일 2020.04.12 20:39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482
자작나무의 섬* 
-강영임
 
주위를 둘러봐도 숨구멍이 다 막혔다
들숨날숨 들고나야 초봄에 잎이 돋지
사할린 꽁꽁 언 바다 생각까지 봉하고
고향이 어디인지 조국이 어디인지
징용 왔다 눈물조차 얼어붙은 동토 끝
무국적
떠도는 바다
제 온몸을
염한다
  
*사할린을 이이누인 말로 표현 
 
◆강영임
강영임

강영임

2018년 제주시조지상 백일장  우수상. 제주시조시인협회 회원.

 
 
 
 
 
 

차상

휴지
-이종현
 
버려지는 몫을 위해
침묵을 그러안고
흔적을 기다리다
무심하게 훔쳐 낸다
툭 던져
몸 누인 곳에
자화상 펼쳐보다
 

차하

터미널
-최형만
 
이곳은 감쪽같이 사라지는 곳이다
붐비던 이야기가 하나둘 떠나갈 때
상처도 막차를 타고 바닥으로 향한다
 
잠 못 든 시간 속에 서성인 사람들은
구겨진 마음에도 갈 길을 서두는데
해질녘 저문 하늘의 허물 같은 붉은 빛
 
허공을 날아가는 새들의 몸짓처럼
펄럭인 바람 따라 계절도 가고 있다
이우는 손짓 너머로 푸른 생이 저문다
 

이달의 심사평  

인디언 호피 족은 2월을 ‘몸과 마음을 정화하는 달’이라고 했다. 그런데 세상은 코로나19의 걱정으로 차있다. 곧 이 사태가 지나가고 세상이 정화되어 다시 환해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2월 장원작을 올린다. 장원은 사할린 강제 징용자의 슬픈 이야기를 담은 강영임 씨의 ‘자작나무의 섬’이다. ‘눈물조차 얼어붙은 동토 끝’에서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하거나 그곳에서 생을 마감한 징용자들의 아픔을 잘 담아냈다. 둘째 수 중장 앞구와 뒷구의 주고받음이 매끄럽지 못한 것이 흠이긴 하나 무거운 주제를 잘 갈무리했다.
 
차상은 휴지의 속성에 화자 자신을 겹쳐 놓은 이종현 씨의 ‘휴지’다. 어떤 수사법도 없이 단아한 리듬으로 직조한 깔끔한 단시조다. 함께 보내온 다른 작품들을 봐도 오랜 시간 시조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보여 신뢰가 간다. 다만 언어의 밀도를 높이는 데 더 고심하였으면 한다.  
     
차하는 최형만 씨의 ‘터미널’이다. 터미널은 떠나고 돌아오는 사람들로 언제나 북적인다. 화자는 그곳을 ‘상처’조차도 ‘감쪽같이 사라지는 곳’, 그러다 ‘생이 저’무는 곳으로 보고 있다. 완벽한 정형의 틀에 깊고도 쓸쓸한 이미지를 잘 담아놓았다. 그러나 선택된 시어들이 다소 낡아있어서 아쉬움을 남겼다. 치열한 경쟁작 중 끝까지 놓지 못한 응모자들은 정상미, 김나경 씨였음을 밝힌다.
 
심사위원 : 최영효, 강현덕 (심사평 : 강현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