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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조 백일장

Home > 수상작품실 > 중앙시조백일장
제목 2020년 01월 중앙시조백일장 수상작 등록일 2020.04.12 20:32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444

장원

외동덤
-권선애
 
등 뒤에 꼭 붙어 나란히 누워 있다
뱃속으로 다시 들어가 잠들고 싶었는데
어미의 품속인 듯해 파도 없이 잠이 든다
 
보육원에서 태어난 내 이름과 생년월일
그곳에서 뛰쳐나와 풍파 속 유영할 때
기대고 싶어서일까 젖은 등을 내밀었다
 
피붙이 하나 없이 덤으로 끼워져
풀어 놓은 날들은 눈치만 싱싱했다
혼자서 등 떠밀려도 물결 따라 여기까지
 

차상

어떤 유형 자산  
-김정애
 
기다린 듯 통장 속 잔고가 텅 비었다
실금 난 바닥으로 빠져나간 흔적들
선명한 잉크 자욱이 한숨으로 찍혔다
가진 건 몸뚱이 하나 하루를 팔고 산 품
닳고 단 손 끝으로 옷깃 꼭꼭 여며 주던
앙상한 감가연수에 옹이가 박혀 있다
어머니는 비워내도 당연한 줄 알았다
쉰 두 해 지나도록 몰랐던 괜찮단 말
옹이는 흔적을 품었다 피돌기가 뜨겁다 
 

차하

자목련
-이용호
 
남편과 사별하고 불면의 강을 건넜다
 
딸마저 가슴에 묻고 나목裸木의 산도 넘었다
 
처녀 땐 백목련이었던 어머니의 새 자태  
  

이달의 심사평

경자해, 다시 시작하는 1월. 응모자의 행운을 빌며 새해 첫 당선작을 올린다.
 
장원은 권선애씨의 ‘외동덤’이 차지했다. 외동덤이란 자반고등어 따위 속에 덤으로 끼워놓은 새끼 자반을 말하는 것. ‘보육원에서 태어’나 ‘피붙이 하나 없이’ 산 화자의 지난한 삶을 이에 비유했다. 무심하게 읊조리는 고백풍의 진술에 외로움은 더 절절하다. 도치법으로 짜놓은 ‘풀어 놓은 날들은 눈치만 싱싱했다’ 등의 표현이 잘 닦인 형식미에 얹혀 또렷하게 살아있어 더욱 그렇다.
 
차상은 김정애씨의 ‘어떤 유형 자산’이다. 경제 용어를 이용해 어머니의 거룩한 희생을 이야기했다. 다소 낡은 표현이 있어 고민했지만 신선하게 다가왔다. 시조형식을 파괴하지 않으면서도 의미를 확장해나가는 솜씨가 대단하다.
 
차하는 이용호씨의 ‘자목련’이다. 고통으로 점철된 어머니의 한 생을 오롯이 담아 놓은 깔끔한 단수다. ‘남편과 사별하고’ ‘딸마저 가슴에 묻’은 어머니를 자목련에 겹쳐놓았다. 짧은 단수에 안정적인 서사구조가 눈에 띄게 했으나 상투적이고 직설적인 어휘 운용은 아쉬웠다.
 
함께 논의의 대상이 되었던 김현장, 문혜영, 황병숙씨에게는 아쉬움을 전한다. 이 달은 수준 높은 응모작들이 많아 더 아쉬웠다. 다음 달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최영효, 강현덕 (대표 집필: 강현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