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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조 백일장

Home > 수상작품실 > 중앙시조백일장
제목 중앙시조백일장 2019년 11월 수상작 등록일 2019.12.30 12:46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462
[장원]
 
느루
-김현장
 
노을빛 짙은 갈대숲 지나는 바람 무리
그대 종종걸음 서둘지 마세요
갯벌 속 계절의 향기가 숨어들고 있어요
꽃구름 슈크림처럼 넌출 거리며 오고 있네요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면
강바닥 느린 유속으로 가없이 흐르기로 해요
거꾸로 매달린 종유석이 자라나고
갓 베인 시간들은 논바닥에 쓰러져
늦가을 햇살 바람을 온몸으로 즐기네요
 
◆김현장
김현장

김현장

1964년 전남 강진 출생. 전남대학교 수의학과 졸업, 강진 백제동물병원장, 경기대학교 한류문화대학원 시조창작 전공 석사 재학 중. 강진 백련 문학회원

 <차상>
꽁치의 활극
-최종천 
칼을 거꾸로 잡고서
견디는 바다가 있다
 
검거나 푸른 무대
소금색은 빛난다
 
짠 것은 힘이 강하다
아! 살거나, 죽거나
 

<차하>

결과지結果枝
-권선애 
 
가지에 달린 꽃눈이 이듬해를 바라본다
겨울을 이겨내고 꽃피려다 쇠락한 몸
준비된 줄기가 없어 새봄이 아득하다
 
손에 잡힌 겨드랑 눈 악성으로 번질 때
늘어난 가지 사이로 파고드는 칼바람
한쪽을 잘라버려도 꽃 피울 수 있을까
 
반값에 사놓았던 철 지난 꽃무늬 옷
옷걸이에 매달려 웃는 계절 기다린다
아직은 개화를 위해 견뎌야 할 헛가지
 
 

이달의 심사평

가을의 끝자락에서 오래된 이름들을 만나 반가웠다. 풍성한 결실을 위해 새로운 얼굴들의 응모를 기대했던 여운이 자못 아쉽다. 다가올 겨울은 새로운 도전을 위해 예비된 계절이다.
 
장원으로 아픈 기억의 우리말을 느림의 미학으로 재현한 김현장의 ‘느루’를 올린다. “그대 종종걸음 서둘지 마세요”로 시작되는 청유형의 말부림으로 애달픈 생민의 삶을 노래로 승화시켰다. 평이하고 눈에 익숙한 문장도 다시 읽으면 감미롭다. “갓 베인 시간들은 논바닥에 쓰러져”와 같은 표현들의 언어적 감각과 전개로 조탁 능력이 돋보인다. 흩어진 정적인 심상을 일관성 있게 엮었으면.
 
차상으로는 최종천의 ‘꽁치의 활극’을 선한다. “카를 거꾸로 잡”은 초장의 도발적 문장이 비장한 세태를 은유하고 있다. 이것이 종장의 “아! 살거나, 죽거나” 맞장구쳐 절묘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차하로는 권선애의 ‘결과지(結果枝)’를 택한다. 역시 눈이 보배다. 일상에서 바라본 “꽃눈”이 자아성찰로 승화해 꽃을 피웠다. 긴 호흡은 숙성된 반전이 필요충분조건이다. 언어에도 빛깔과 질감이 있다. 빼놓을 수 없이 리듬과 춤사위를 갖춘 것이 시조다. 하나를 놓치면 자칫 미완이다.
 
심사위원=최영효·김삼환(대표집필 최영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