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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조 백일장

Home > 수상작품실 > 중앙시조백일장
제목 중앙시조백일장 2019년 10월 수상작 등록일 2019.12.30 12:42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420
마중  
-설경미
 
요구르트 두 개가 마루 끝에 놓여 있다
빈 집을 살피다가 빨랫줄에 매달고 간  
코숭이, 마당에 내려 걷어내는 저 고요
 
사람이 그리워서 대문에 귀를 걸고
십 분도 놓칠세라 꽃잎처럼 움켜쥔 채
이레 중 단 하루만은 기린목이 되는 여든
 
자세를 바꿔 앉자 삐걱 우는 대문 새로
호박 넝쿨손이 앞서 나가 반긴다
무더기 은방울꽃이 피고 있는 블라우스 
 

[차상]

검은 달
-정두섭
 
은행도 참 별난 은행* 냉골에 불 들이면
골목은 짖어대고 망구는 악다구니  
골백번 헤아렸지만, 딱 한 장! 모자라야    
     
구들장 짊어지고 언덕배기 기어오른  
구멍 숭숭 낮달이 꿍친 자리 메워준다  
그깟 거 없어도 살지마는, 삭신이 쑤셔설랑
 
징하게 오래 사는 메리야 밥 묵자 밥  
마냥 신난 혓바닥이 쭈그렁을 핥을 때  
참말로 뜨신 눈총들, 분화구마다 활활
 
* 달동네 독거노인들에게 연탄을 무료로 나눠주는, 밥상공동체 연탄은행.  
 

[차하]

치매
-윤종영
 
주인 잃고 정신 줄
놓아 버린 몽당 빗자루
 
헛간 앞에 웅크린 채
햇살만 쬐고 있다
 
지금은 어느 기억을  
쓸어내고 있는 걸까 
 
◆설경미
설경미

설경미

1968년 경주 출생. 경주문예대학 연구반 회원. 2018년 중앙시조백일장 5월 입상. 2018년 제21회 대구시조 전국공모전 입상

  

 [이달의 심사평]

가을의 기운을 느껴서인지 투고 작품이 많았다. 많은 작품이 노인 또는 노령화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 주제는 급속하게 진행되는 우리 사회의 화두임이 틀림없다. 시조가 당면한 사회의 화두에 천착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장원으로 뽑힌 설경미의 ‘마중’은 일주일에 하루 가족을 만나는 ‘기린목이 된’ 여든 노인을 그리고 있다. ‘코숭이가 걷어내’는 마당의 고요와 ‘대문에 귀를 거’는 노인의 정경이 시리고 아프지만, 마지막 수 중장과 종장에서 ‘호박 넝쿨손’과 ‘무더기 은방울꽃’의 만남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솜씨가 비범하다.  
 
차상에 오른 정두섭의 ‘검은 달’은 가난한 노인이 살아가는 구체적 현장을 붙잡고 있다. 거칠고 투박한 시어들을 밀고 나가는 힘이 있다. ‘낮달이 꿍친 자리 메워주’는 짙은 서정성과 ‘혓바닥이 쭈구렁을 핥’는 힘든 현실성을 대비시키는 치열함이 엿보인다. 함께 투고한 ‘등용문’도 풍자와 해학이 뛰어났으나 직설적 토로가 다소 걸렸다.  
 
차하로는 윤종영의 ‘치매’를 뽑는다.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노인의 삶과 닳아질 대로 닳아져 뭉툭해진 ‘몽당 빗자루’의 상징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끝까지 남아서 논의됐던 작품 중에는 김미경, 김순영, 김재용 등이 있었다. 더욱 분발하여 좋은 결실을 맺기를 당부한다.  
 
심사위원=김삼환·최영효(대표집필 김삼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