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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조 백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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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중앙시조백일장 2019년 09월 수상작 등록일 2019.08.31 08:22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481

[중앙 시조 백일장] 8월 수상작



사백 년 전 띄운 편지
-김정애
 
“남들도 우리처럼 이런 사랑 할까요?”
*월영교 달빛 아래 편지를 읽습니다
사백 년 시공을 넘도록 다 못 부른 당신아!
그리움 올올이 엮어 머리칼로 칭칭 감아
애끓는 마음 녹여 씨 날줄 수를 놓고
마지막 가는 발걸음 자욱 자욱 적셨네
자네와 나 새긴 정 찬찬히 읽으시고
꿈 속에 꼭 오시어 여쭙건 답해주오
누구를 아기와 원이는 아버지라 부를까요?
 
* 경북 안동에 있는 댐. 400여 년 전 무덤 속에서 머리칼로 삼은 미투리와 손편지가 발견
 
◆김정애
김정애

김정애

1968년생. 2017 제주시조지상백일장 우수상, 제주시조시인협회 회원.

    
    
  
<차상>
바람집
-김미영

땅에서 솟아났나 하늘에서 떨어졌나
멀쩡한 내 집 마당 삭정이 두서너 개
치우면 치운 그 자리 다시 거기 놓인다.

무심히 올려보니 하늘에 집이 있다
세상에 떠밀렸나 전봇대 끝에 앉아
온몸의 침을 토하여 버무려낸 까치 한 쌍

나뭇가지 천육백 개 들어간 집이라고?
얼기설기 엮어낸 하늘아래 첫 동네
저 허공 무사하기를, 화살기도 날려본다.


<차하>
백세시대
-김귀현


‘가족처럼 모신다’는 광고 걸린 요양병원
백세 꿈에 저당 잡힌 또 한 생이 기탁된다
이승의 마지막 주소 적어두는 통과의례

제 나이 헤는 것이 죄짓는 것만 같아
세상사 인연의 끈 스스로 잘라내는
허공에 붙박은 시선이 한순간 흔들린다

세월에 잘린 기억들 꽃잎처럼 흩날리고
얕은 꿈길 어디쯤에서 무너지는 생의 나이테
노을진 서녘하늘에 붉은 별이 돋는다


이달의 심사평


시인은 꿈꾸는 사람이다. 한여름 꿈을 엮은 세 편을 골라 김정애의 ‘사백 년 전 띄운 편지’를 장원으로 올린다. 예나 지금이나 망부가만큼 절절한 시편이 또 있을까만 잘 엮은 수작이다. “남들도 우리처럼 이런 사랑 할까요?”라는 반어적 첫 수부터 시공을 넘은 이승과 저승의 사랑으로 시선을 집중시키지만 애통한 감정의 이내 없이 천연하다. 그 “애끓는 마음”을 다스려 “누구를 아기와 원이는 아버지라 부를까요?”하고 맺으면서도 격한 정조에 휘둘리지 않고 차분한 가락에 담아 형상화 하는 솜씨가 더없이 미덥다. 각 장의 행간을 띄워 독자의 감성을 유인하는 기교도 돋보인다.

차상으로 김미영의 ‘바람집’을 고른다. 전봇대 끝 까치 한 쌍의 집짓기가 땅에 발 딛고 살면서도 허둥대는 인간과 대비되어 적실한 울림을 만든다. “나뭇가지 천육백 개”를 “온몸의 침을 버무려” 지은 집과 “저 허공 무사하기를” 비는 평이한 표현이 엇갈리면서도 아찔하다. 다만 시조쓰기의 묘미와 완성은 종장에 있으므로 너무 서두르지 않았으면. 차하로는 김귀현의 “백세시대”를 선한다. 오늘날 백세시대는 노인들의 역린이다. 건강이 따르지 않으면 고독시대이기 때문이다. “제 나이 헤는 것이 죄짓는 것만 같아” 한마디가 정곡을 찌른다. 우리시대의 풍속도를 여과 없이 그려낸 가작이다. 좀 더 내밀하고 숙성된 사유와 견고한 구조로 심화시켰으면 한다.

심사위원: 이종문, 최영효(대표집필 최영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