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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조 백일장

Home > 수상작품실 > 중앙시조백일장
제목 중앙시조백일장 2019년 07월 수상작 등록일 2019.08.08 10:12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504

<장원>

갱년기
-황남희 
 
  
돋은 닭살 간데없다 끓는점 닿는 순간
속속들이 건조해도 기름기는 남아있다  
포차 속 통닭 한 마리 섣부른 숨 고른다
 
솟음치는 맥박과 발그레한 민낯으로  
순간 포착 기다리며 지난날을 소환한다
바래진 기억 너머에 펴지 못한 두 날개  
 
시원한 생맥주에 또 한 잔을 외치며  
발효된 시간 위에 거품을 걷어낸다
종영된 반세포의 힘 후속편을 꿈꾸며
 
◆황남희
황남희

황남희

1970년 서울 출생. 2016년 수원인문학글판 우수상, 2018년 7월 중앙시조백일장 차하, 수원문학아카데미 진순분 시조교실에서 시조 공부 중.

 

<차상>

솥의 전언
-류영자
 
귀 두 개 무쇠솥이 세상 얘기 들으란다
발 세 개 거북솥이 잘 버티고 살라 한다
수천 도 불구덩이도 꺾지 못한  
저 고집
 
가마솥밥 먹으려다 찡해오는 가슴 한편
구부정한 거북 등에 여섯 식구 태우셨던
아버지
젊은 한때가 시우쇠로 일어난다
 

<차하>

바람개비  
-서기석
 
그 오랜 날갯짓은
비상을 꿈꾸는 일
 
발싸심 시심 따라
바람결에 몸 맡긴 채
 
반생애 밑줄 긋고서
끝내 던진 출사표  
 
 

<이달의 심사평>

칠월은 태양의 계절이다. 사과는 사과인 줄 모르고 익는 것처럼 시인도 시인인 줄 모르고 시인이어야 한다고 했다. 장원으로 황남희의 ‘갱년기’를 올린다. 갱년기의 부정적 의미를 원숙한 절정기로 이끌고 있다.

 

 

그러므로 “후속편을 꿈꾸”는 “반세포의 힘”으로 “발효된 시간 위에 거품을 걷어낸다”고 말한다. 인생 2막을 실천하려는 건강한 메시지다. 적확한 비유와 대상의 선택, 상황의 설정도 표현 못지않게 마땅한 인과성을 요구한다.

 

 

현상의 겉과 속이 조화를 이뤄야 하고 저음에서 흔들리지 않는 형식을 운용하는 능력을 천착해야 한다. 시조는 운율의 미학이다. 3.4조의 형식을 갖춘다고 해서 율격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차상으로 류영자의 ‘솥의 전언’을 선택한다. 눈이 참 밝은 시인이다. 작품 속 인식의 깊이는 얼굴을 숙이고 들여다봐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어서 우리의 마음을 깊이 파고든다. 무쇠솥과 거북솥의 전언이 마주하여 현실적 공감대를 형성한다.
 
작위적인 경구가 아니기에 울림 또한 멀리 간다. 다만, “찡해오는 가슴”을 직접 말하지 말고 독자가 찡하도록 만드는 비유가 필요하다. 차하로 당선된 서기석의 ‘바람개비’는 “출사표”를 던지는 그의 “발싸심” 역시 대단하다. 그러나 짧을수록 좋고 좋을수록 어려운 단수의 심원을 잊지 말자.
 
심사위원: 이종문·최영효(대표집필 최영효) 




[출처: 중앙일보] [중앙 시조 백일장] 7월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