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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조 백일장

Home > 수상작품실 > 중앙시조백일장
제목 중앙시조백일장 2018년 09월 수상작 등록일 2018.10.28 10:58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575
[장원]
허기 
윤병석  
  
 
모래 새를 파고드는 파도처럼 남은 자의
생존은 늘 허기진 그리움과 애틋함이
세포의 가름막마다
절절히 파고든다.
 
서성대던 바람이 꽃대에 스며들면
달맞이꽃 목에 걸린 저녁해가 힘겨워
가문 땅
한 줌 물기를
마저 빨아올린다.
 
윤병석
1964년 부산 출생. 부산대 법학과. 대학 시절 문학동인회에서 자유시 습작. 시조의 율격 통해 초심을 찾고자 기성 시인들의 시조 필사하며 시조 독학.

    

   

[차상]
팔공산에는 
이상식

 
팔공산에는 구석구석이 마구니 천지다.
바위가 무슨 부처냐, 그 앞에 꿇어앉아
없는 길 하나 내놓고 허둥대는 꼴이라니
 
팔자 들먹이지 마라, 그냥 된 게 아니다.
산다는 게 모두 천불 날 일 아니던가.
안 나는 종소리 듣고 놀란 척하는 것 좀 봐  
  
세상에 빌어서 얻을 게 뭐 하나 있더냐.
굿판 벌여 봐야 애꿎은 산만 몸살이다.
등 하나 달면 된다지만 아무나 하는 거 아니다.
 
[차하] 
유리창에 비 
김학주 

 
창문에 써 내려 가는 편지를 읽으며  
허와 실의 공간에서 외줄 타기를 해본다
저 펜은 닿는 곳마다  
눈물이 흐르는지.
 
시나브로 다가오는 어머니의 환영은
유리창에 중첩되어 점점 더 커져만 가고
투명한 편지지는 이내  
울음바다가 된다.  
 
[이달의 심사평]
 
한가위로 상징되는 결실의 가을이 성큼 다가왔지만 이달의 응모작품은 어느 때보다 편수와 질감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해 참으로 아쉬웠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오랜 숙성을 거친 사유와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는 작품들이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준 점은 무척 고무적이었다.
 
이달의 장원으로 절실한 생존본능을 식물적 상상력으로 형상화한 윤병석의 ‘허기’를 올린다. 첫수에서 “모래 새” “세포의 가름막”을 통해 인식된 생존의 “허기”는 둘째 수에서 달맞이꽃이라는 구체적 대상에 의해 “가문 땅”과 “한 줌 물기”로 선명한 이미지를 획득하게 된다. “파고든다” “스며든다” “빨아올린다”는 통일된 뿌리의 동적 심상들이 생존의 정서를 집약시키는 솜씨가 특히 돋보였다.
 
차상으로는 이상식의 ‘팔공산에는’을 선한다. 영험한 기도처로 알려진 대구의 명산 팔공산에서 치성을 드리는 세태를 신랄하고 냉소적인 어조로 비판하고 있는 시선이 흥미로웠다. “팔공산 구석구석이 마구니 천지다”라는 역설로 시작한 첫수 초장부터 풍자와 골계미까지 느껴지는 직접화법으로 처리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차하로는 김학주의 ‘유리창에 비’를 선한다. 비 내리는 유리창을 통해 “창문에 써 내려 가는 편지”를 읽어내는 화자의 눈을 따라가면 비를 “펜”으로, 유리창을 “투명한 편지지”로 치환하면서 어느덧 “어머니의 환영”과 “울음바다”에 이르게 된다. 단순한 포착이지만 결코 녹녹지 않은 내공이 느껴지는 감각이다.  
 
심사위원: 박권숙·최영효 (대표집필 박권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