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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조 백일장

Home > 수상작품실 > 중앙시조백일장
제목 중앙시조백일장 2019년 03월 수상작 등록일 2019.06.20 17:44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530
개기일식
-김수형  
   
 
접시가 깨지자 소리들이 쏟아진다
접시를 단단하게 감싸던 소리가
쨍그랑
부서진 자리
부르르 떠는 꿈
  
그릇을 꽉 물고 버티는 작은 그릇
등 뒤에서 껴안는 외사랑이 캄캄하다
허공에
푸른 울음을
그물처럼 던지는 새떼
 

◆김수형
김수형

김수형

2016년 목포문학상, 2018년 중앙일보 시조백일장 8월 장원, 현대문학 박사 수료. 인문학 강사, 전남 도립도서관 상주작가 역임.

 
 
 
 
 

[차상]
소리를 훔치다
-허경심
 
느티나무 잔가지에
젖니 가려운 소리
 
햄스터 톱밥사이
햇살 틔우는 소리
 
막내딸, 휘파람을 부네
싹이 또 트려나 보다
 
[차하]
소금새
-류용곤
  
염전 밭 저린 바다 건너가는 붉은 저녁
깃털하나 낡은 숲에 떨궈내고 날아가는
숨죽인 적막의 어둠 울음 울던 둥지 속
  
해풍이 불 때마다 큰 파도가 일어서면
몸을 가누지도 못할 멀미에 쓰러져도
다시 또 오뚝 오뚝이 일어서던 저 발자국
  
누구도 알려준 적 없는 바다 깊은 섬에
여린 발바닥 젖은 채로 그물을 던지며
소금에 절여진 날개 물빛 닦는 새가 있다
  
<이달의 심사평>
이번 달에도 응모자들의 창작 열기가 뜨거웠다. 이번 달에는 서로 다른 시어들이 부딪치며 내는 신선한 파장을 갖는 작품에 주목했다.

 
장원으로 뽑힌 김수형의 ‘개기일식’은 일시적으로 어그러진 태양계의 현상을 접시가 깨지는 소리로 치환한다. 이는 곧바로 삶의 현상에 접속되어 ‘등 뒤에서 껴안는 외사랑’으로 심화된다. 둘째 수 종장에서 전체의 의미를 ‘허공에/ 푸른 울음을/ 그물처럼 던지는 새떼’로 공간화시키면서, 내면에서 일렁이는 또 다른 일식현상으로 새롭게 해석해낸다. 시각과 청각의 절묘한 조합을 통해 감각의 파장을 떨게 하는 수작이다.
 
차상에 오른 허경심의 ‘소리를 훔치다’는 구석구석에 자리하는 미세한 소리를 놓치지 않고 찾아내서 삶의 구체성을 환기한다. 봄날 생명이 돋아나는 느낌을 종장의 ‘막내딸, 휘파람을 부네’에 은근슬쩍 겹쳐 보이는 솜씨가 일품이고 시상의 전개도 자연스럽고 깔끔하다. 차하로는 류용곤의 ‘소금새’를 뽑는다. 염전의 고달픈 삶이 깊숙이 스며있다. ‘소금에 절여진 날개 물빛 닦는 새가 있다’ 같은 표현이 이 작품을 살려내고 있다. 다만 군데군데 다소 상투적 표현이 보이는 것은 좀 더 숙고해 보아야 할 일이다.  
     
끝까지 논의됐던 작품에는 황남희, 박덕은, 권선애, 류홍, 강하나 등이 있었다.
 
심사위원: 염창권·김삼환(대표집필 김삼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