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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조 백일장

Home > 수상작품실 > 중앙시조백일장
제목 중앙시조백일장 2019년 04월 수상작 등록일 2019.06.20 17:47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515
<장원>
항해일기
-김나경
 
올라가고 내려가고 쉼 없이 움직이다가
한숨 돌리느라 갑판으로 나가 본다
눈 끝을 째리고 있는 저 하늘 강한 햇빛
 
내 손에 들려있는 망치와 스패너가
햇살을 맞받으며 은빛을 내뿜는다
뜨겁게 반짝거린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빛이 강할수록 바다는 깊어진다는
물길의 가르침을 오늘에야 어렴풋이
두어 뼘 휴식이 주는 충전을 비축한다
 
파도가 헉헉대며 물꽃을 피워 물 때
그 물결 눈높이로 불러보는 서해 바다
수평선 맞닿은 거기, 꿈자리가 봉긋하다
 
◆김나경
김나경

김나경

1994년 서울생. 해군 부사관 복무, 현재 간호대학교 재학 중. 고등학교 재학 시절 중앙시조백일장 차상.

 
 
 
 
 
 
<차상>
감자
-이주식
 
낮달 같은 씨감자가 눈 또릿 도사린다
춘분 밝은 햇살 아래 탱그런 몸짓으로
꿈꾸던 초록 함성을 호미 끝에 불러낸다
 
꽃샘 추위 고비 넘어 애지중지 피워낸 잎
종달이 노래 따라 행복의 키를 키워
이웃집 청보리처럼 내 그늘도 만든다
 
단오절 북소리에 까투리 홰친 고랑
가지마다 꽃 등 켜고 뿌리 매단 푸네기들
청천에 그림 같은 삶 주고 갈 어미 봄을…
 
<차하>
엘리베이터에 갇혀
-류홍
 
암흑의 엘리베이터
28분 두려웠다
 
핸드폰 배터리는
깜박깜박 졸고 있고
 
막장에 정지된 시간
관(棺) 속에서 더듬는다
 
상가의 사람들은
모두들 퇴근했고
 
화요일은 수요일로
가지 못해 웅크리고
 
걸어온
계단 하나하나
다 무너져 내린다.
 

<이달의 심사평>
고심 끝에 김나경의 ‘항해일기’를 장원으로 뽑았다. 이 작품은 ‘망치와 스패너’로 상징되는 항해사의 역동적이고 낙관적인 삶과 튼실한 서정이 무엇보다 돋보인다. 게다가 작품 속에 구사된 언어들이 이와 같은 서정을 뒷받침하면서, 여기저기서 ‘뜨겁게 반짝’이고 있기도 하다. 같이 투고한 ‘역할’ 등의 작품들도 같은 경향을 지니고 있어, 더욱더 신뢰를 가지게 했다.  
 
차상으로는 이주식의 ‘감자’를 뽑았다. ‘항해일기’가 패기 넘치는 역동적인 작품이라면, ‘감자’는 원숙하고도 격조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우선 가락이 안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초록 함성”을 꿈꾸던 씨감자가 “가지마다 꽃 등 켜고” 열매를 달기까지의 과정이 잘 육화된 목소리로 형상화돼 있다. ‘또릿’ ‘탱그런’ ‘홰친’ ‘푸네기’ 등 일상에서 멀어진 고유어들도 인절미에 박힌 곶감처럼 씹는 맛을 더하게 했다. 차하로 뽑은 류홍의 ‘엘리베이터에 갇혀’는 난데없이 당한 공포의 순간을 시적 구도 속에 포착한 작품인데, 좀 더 참신하고도 개성적인 표현을 할 수는 없었을까 아쉬웠다.
 
심사위원: 염창권, 이종문(대표집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