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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조 백일장

Home > 수상작품실 > 중앙시조백일장
제목 중앙시조백일장 2017년 09월 수상작 등록일 2017.10.01 19:35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984

[장원]


겨울예감

최승관
 


진눈깨비 흩뿌리는 빈 들녘에 홀로 섰다
때 늦은 철새무리 날갯짓 망설이다
살얼음 강가에 내려 무딘 부리 닦는 새벽
 
못 박힌 부스러기 동강 난 목재 모아
공사장 모닥불에 미련 없이 던져 넣고  
이슬에 젖은 작업복 입은 채로 말린다.
 
일감은 끊어지고 풀려가는 먹이사슬
고향집 떠난 뒤로 헛짚는 보금자리
빛바래 지친 날개론 갈 수 없는 먼 남쪽
 
버거운 걸음으로 징검다리 넘는 철새
외투 깃 높게 세워 등 돌린 골목 뒤로
강물은 살얼음 넓혀 긴 다리를 놓고 있다.  
 

    
 

[차상]


사마귀처럼 
이상익 

  


1
 내 앞길 막지 마라 물러서지 않으리
온 몸이 으깨져도 등을 돌리지 않는
무사의 일도패기(一刀覇氣)가 양손에 들렸나니
    
 2
사랑은 말로써 완성되는 게 아니지....
격정의 그 순간에 몸 내어 줄지라도
죽도록 사랑했기에 기꺼이, 네게로 간다
 

 

[차하]


복돼지 순대집
김영옥

 


안 주인 양 팔뚝에 상흔(傷痕)이 선연하다
살아 온 자취만큼 세월을 휘돌아서
건너는 여울살마다 굽이굽이 견딘 삶
 
비릿한 세상살이 서글픔 우려내고
살코기 내장 순대 뚝배기에 찰랑이면
후끈히 달아오르는 혈관 속의 포만감
 
남루한 일상들은 더께로 쌓여지고
잡다한 상념들이 소주로 희석될 때 
고역의 시름 토하며 아수라 꽃 피운다
 
취기로 비틀대는 파장(罷場)의 순대 집에  
뽀오얀 국물처럼 다가오는 주인 미소
긴 여정 고단한 하루 별빛 속에 묻힌다     
   

 

[이달의 심사평]


  

공사장 인부와 철새의 고단한 삶...  이미지 웅첩으로 시적 완성도 높여


 지난 여름의 그 엄청난 폭염과 폭우와 천둥과 번개를 참 용케도 뚫고 우리나라에 가을이 왔다. 결실의 계절이 다가와서 그럴까? 이번 달에는 응모 작품의 편수가 눈에 띌 정도로 늘어났고, 거의 대부분의 응모자가 처음 응모하는 분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정말 아쉽게도 전반적인 숙성의 정도는 그리 높은 편이 아니었다.
 
계절과는 다소 맞지 않지만, 최승관의 겨울 예감을 장원으로 뽑았다. 이 작품은 극한 상황에 처해 있는 공사장 인부의 불안하고 고단한 삶을 같은 상황에 처한 철새에다 교묘하게 겹쳐놓은 작품이다. 바로 이 두 가지 이미지의 중첩을 통해 아주 자연스럽게 시적 완성도를 높여나간 점이 돋보였으며, 끝부분의 세계에 대한 긍정과 화해의 시선에도 방점을 찍었다.

 

차상으로 뽑은 이상익의 사마귀처럼은 물불을 가리지 않는 사랑의 맹목적 속성을 뜨겁고도 역동적으로 표현해 낸 점이 눈길을 끌었다. 그와 같은 주제를 무모하고 저돌적일 뿐만 아니라 교미를 끝낸 뒤에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기도 하는 사마귀를 통하여 형상화한 것도 적절한 선택으로 느껴졌다,

 

차하로 뽑은 김영옥의 복돼지 순대집은 그 제목만큼이나 서민적 삶의 훈훈한 온기를 뿜어내는 따뜻한 작품이다.
뽑힌 분들은 물론이고, 임주동, 서재필, 최분현, 류용곤 등 아쉽게 탈락한 분들도 좀 더 분발하여 뜸이 제대로 든 시조의 세계를 열어주기를 기원하는 마음 간절하다. 심사위원: 박명숙·이종문(대표집필 이종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