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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조 백일장

Home > 수상작품실 > 중앙시조백일장
제목 중앙시조백일장 2017년 10월 수상작 등록일 2017.11.05 14:38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976
[장원]

뚜껑·냄비·받침
-이정란


 



혹여 넘칠까봐 꼭꼭 가둬두고  
꾹꾹
삼키다가 곧장 내리누르다  
 
단번에
뱉어 놓으면  
놀라잖아 화들짝 
 
2

모두 끌어안고 보듬고 견디나니
 
끓어오르다 내려앉고
내려앉다 사뭇 들끓고  
 
내 속이  
내 속 아니네  
불로 활활 타오르네
 
3
더는 쓰라리지 않게  
그예 가로막아 줄게
 
나만 참으면 되지  
나만 매양 오롯이
 
빛 부신  
너의 세상에  
아픔은 늘 나만이
 

    

이정란

1968년 서울 출생. 대구카톨릭대학교 졸업. 대구성빈시조회원.
 
 
 
 
 
 
 
[차상]
옷장 해부학
-이소현

 
때로는 채도 낮은 살갗의 외로움
부드럽게 발라진 침묵이 보인다
익숙한 얼굴들이나 초면의 모습들
 
괴로움에 내 육체가 눈물을 토해내고  
감당할 수 없는 뼈들과 근육이  
균열을 일으키면서 재조합 되는 순간
 
동요하는 연약한 영혼들 그 알맹이
웅성대는 하얀 입 술렁이는 목소리  
그것이 한껏 눌러 담겨진 상아빛 뼈대들
 
뜨거운 근육들을 감싸진 피부를  
마주할 수 없어 바라볼 수 없어  
사람을 견뎌내는 힘 그게 난 필요해
 
 
[차하]
매생이  
-최분현  

 
비단결 달비보다  
더 세세한 바다 속살  
 
어머니 시린 손이 푸른 물 다 걸러도
 
한평생  
눈물 씨만큼  
소쿠리에 담긴다
 
 
[이달의 심사평]
 
일상소재 의인화 참신 … 여성화자 섬세함 돋보여
 
장원에 오른 이정란의 ‘뚜껑·냄비·받침’은 주방의 단순한 일상적 소재인 ‘뚜껑’ ‘냄비’ ‘받침’의 본질을 꿰뚫어보고 이 각각의 사물을 생동감 넘치는 인간의 역할과 목소리로 육화해 내는 흥미진진한 극적인 발상이 단연 돋보였다. 구제척인 표제의 선명한 이미지들을 단시조 3수로 구성하면서도 여성화자 특유의 섬세한 감각과 어조로 작품전편의 통일성과 완성도를 능숙하게 고조시킨다. 특히, 절제된 시조가락의 묘미를 맛깔나게 잘 살린 직접화법의 친숙한 구어체를 통하여 생생히 전해지는 내면화된 인격의 모성적 인간애가 가슴 뭉클한 감동의 진폭을 넓혀주었다.
 
차상으로는 이소현의 ‘옷장 해부학’을 올린다. 인간육체의 겉치레인 옷들만 모아놓은 인간부재의 옷장에서 ‘부드럽게 발라진 침묵’ ‘뼈들과 근육이 재조합 되는 순간’ ‘연약한 영혼들 눌러 담겨진 뼈대들’ ‘사람을 견뎌내는 힘’을 읽어내는 재기발랄한 신선한 착상과 ‘살갗’ ‘뼈’ ‘근육’ ‘피부’ ‘영혼’ ‘입’ ‘목소리’등의 해부적 상상력을 통하여 현대인이 직면한 사회적 인간관계의 고통과 허구성을 날카롭게 성찰한 수작이었다. 다만, 마지막 수 초장의 ‘감싸진’은 ‘발라진’ ‘담겨진’과 맥을 같이하여 쓰였다면 ‘근육들을’을 ‘근육들이’로 바꾸어야 할 것이다.
 
차하에는 최분현의 ‘매생이’를 선한다. ‘바다 속살’ ‘푸른 물’ ‘소쿠리’와 ‘달비’ ‘시린 손’ ‘눈물 씨’가 아름답게 조응하면서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시상전개가 호평을 받았다. 이외에도 국외 응모작들이 참으로 고무적이었고, 이남희, 이금진 등의 작품이 심도 있게 논의되었다.
 
심사위원: 박권숙, 염창권(대표집필: 박권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