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귀를 당긴다
표정
-조우리
마을 예배당에서 영정사진 찍고 오신
밋밋한 표정 하나 그 주름의 자생력이
자식도 손주도 없는 그림자만 앞세운다
스크린 도어 비정규직 비극 … 출구 없는 문으로 형상화
이번 달에는 다소 열기가 식었다. 응모작 중에서 공동체적 연대에 관심을 둔 역량 있는 작품이 선자의 관심을 끌었다.
장원에 오른 고윤석의 ‘문 밖의 문’은, 스크린도어 수리 중에 사고로 숨진 비정규직 청년의 애환을 불러내고 있다. 더구나 생일 전날 생업전선에서 일하다 사고를 당했으니, 그 헐벗은 노동 현장의 슬픔은 가중된다. 제목으로 내세운 ‘문 밖의 문’은 출구가 겹으로 막혀 있는 제약된 현실을 상징하면서, 이중의 문에 갇혀 사망한 현실적인 사건을 추억하는 장치이다. ‘길을 열고 길을 막는’, ‘또 다른 문’을 통해 ‘허기진 세상 한 편’을 투시하는 안목에 점수를 주었다. 차상으로 허윤재의 ‘돌무지 탑’을 올린다. 입시한파 속에서도 돌탑을 쌓는 마음이 간절하다. 동봉한 다른 작품과 함께 비유적 대상에 삶의 행적을 틈입시키는 힘이 있다. ‘가슴 속/ 온도를 높여/ 하늘 귀를 당’기는 마음은 갈급을 넘어선 곳에 눈길이 가 있다. 차하에는 조우리의 ‘표정’을 올린다. 그의 응모작들은 단시조 안에 이미지들이 단단하게 결속되어 있다. 그 가운데 ‘표정’은 고독한 촌로의 삶을 압축한 이미지이자 하나의 상징이다. 그러나 각장의 독립성이 약한 것이 흠으로 지적되었다.
이 밖에도 김주연, 이명호, 윤정, 김대식 등의 작품이 심도 있게 논의되었다. 싱가포르에서 투고한 금혜정의 영문시조도 눈길을 끌었다. 앞으로의 정진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박권숙·염창권(대표집필: 염창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