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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조 백일장

Home > 수상작품실 > 중앙시조백일장
제목 중앙시조백일장 2018년 01월 수상작 등록일 2018.02.02 19:49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970

      
[장원]
노루발 
-박한규

 
희떱게 헤진 남루 곱솔로 깁는 자리
뒤꿈치 세워가며 시접 꺾어 넣는 길
발아래 그리움 묻고 박음질을 합니다  
 
구겨진 상처들이 더 깊고 섧다는 걸
솔기 풀린 기억 속 고개든 아픔들을
지그시 내리 누르고 뒤로 밀며 갑니다
 
헐거운 관절들이 속 깊이 저미어도
쉼 없이 겅중겅중 보듬고 조이라며
세월 밖 오려두었던 꿈 조각을 덧댑니다  
 
 
◆박한규
박한규

박한규

1960년 충북 제천 출생. 현대제철 포항공장 근무. 중앙시조백일장 신문지면으로 시조 독학.
 
 
 
 
 
[차상] 
달항아리 낳기   
-류용곤

 
앙상한 뼈마디로 붉게 타는 숯덩이들
각혈하듯 토해 뱉은 막바지 불꽃 연기  
애태워 숨 가쁜 호흡 목숨 가둬 누운 도공
 
백옥을 품고 자는 진흙 위의 굴뚝 탑이
타 올라 숨 돋우며
불을 적신 일호령(一號令)
활 활 활 속을 태우듯 먹 가슴이 달아 온다
 
토굴 문 어둠 깨며 징을 치고 달을 낳듯
새벽빛 여물어낸
연기 오른 가마 로에
꽃 다식 아름진 문양 윤빛 익은 달항아리
 
더디게 멈춘 걸음 아린 눈물 젖은 눈썹!
바람자락 그 제사
가둘 곳에 재워두고
춘양목 장작의 불속 자궁 문을 열고 있다  
 
 
 
 
[차하] 
이효석 문학관     
-이인환
 

새하얀 영혼 스민 향기가 머무는 곳
한가위 이틀 앞둔 연휴에 감동 안고
그 옛날 메밀꽃 추억 가던 발길 멈춘다
 
새롭게 단장한 집 국화 핀 뜨락에선
떠나간 짧은 생애 못다 한 그리움이
애절한 선율로 남아 물결처럼 흐른다
 
열정에 향 뿌린 듯 설렘의 오솔길에
순애보 사랑 펼친 그 시절 붉은 연가
아련한 물레방앗간 애달프다 물소리.    
     
[이달의 심사평]
 
사람살이 온갖 정서
치밀한 관찰로 섬세히 재봉
 
참 춥다. 그럼에도 평소보다 더 많은 작품들이 응모되었다. 그러나 시조의 본령인 단수의 묘를 제대로 보여주는 작품을 찾을 수 없었던 것은 정말 아쉬운 일이었다.
 
오랜 심의 끝에 박한규의 ‘노루발’을 장원으로 뽑기로 했다. 이 시조는 재봉틀의 부속품인 노루발에 대한 치밀한 관찰을 통하여 사람살이의 온갖 정서들을 섬세하게 재봉해낸 가품이다. 감정의 과잉에서 벗어나 어조가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을 뿐만 아니라 시상의 전개에도 무리가 없다. “곱솔”, “시접”, “솔기” 같은 바느질과 관련된 고유어들을 고명처럼 얹어놓은 것도 그런대로 맛이 있었지만, 그것이 과다하거나 부적절하게 놓이게 되면 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차상으로 뽑은 류용곤의 ‘달항아리 낳기’는 땀 냄새가 물씬 풍기는 거친 호흡을 토대로 한 역동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시어의 선택에 좀 더 치열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일호령(一號令)” 같은 생경한 한자어는 특히 눈에 거슬렸다. 차하로는 ‘이효석 문학관’에서 느낀 소회를 애틋하게 그려낸 이인환의 ‘이효석 문학관’을 뽑았다. 이 작품에서는 “애절한”, “아련한”, “애달프다” 같은 감정들을 문면에 직접 노출시킨 것이 큰 흠으로 느껴졌다. 시는 말하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는 것이라는 시학의 기본 명제를 곰곰 되새겨 보았으면 한다.
 
서재철·류홍·정호순·고경자·김갑주의 시조들이 끝까지 각축을 벌였다. 삼박자를 제대로 갖춘 빼어난 작품으로 다시 돌아오기를 기원하는 마음 간절하다.
 
심사위원: 염창권·이종문(대표집필: 이종문)  

     

 

 

 

 

 

 

 



[출처: 중앙일보] [중앙 시조 백일장] 1월 수상작